소년 시절 J. M. 쿳시 자전소설 3부작
J. M.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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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를 여행한 것도 벌써 5년이 되었습니다. 1994년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아파르트헤이트정책의 폐지를 선언하고서도 사반세기가 지나 고민할 것도 없이 여행을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1917년에 처음 등장한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1948년 아프리카너가 주도하던 극우 국민당 정권에 의하여 법률로 공식화된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정책으로 자리하게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그리고 여행을 다녀와서 얻은 바에 따르면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이 폐지된 다음에 오히려 아프리카너들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범죄가 증가하면서 사회적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1997년에 발표된 <소년 시절><청년 시절(2002)> <서머타임(2009)>과 함께 노벨문학상을 받은 J.M. 쿳시의 자전적 소설 3부작의 첫 작품입니다. 작가가 1940년에 태어났기 때문에 그의 소년시절은 아파르트헤이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시기였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 시기의 아프리카너 소년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회를 어떻게 보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소년 시절>은 아버지가 케이프에서 우스터로 직장을 옮김에 따라 가족들이 우스터로 이사를 한 1949년부터 아버지가 케이프타운에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여 플럼스테드로 이사를 한 1952년 무렵까지의 시기에 겪은 일들을 담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작가는 9살 때부터 12살 때까지의 일을 회상하여 기록한 셈인데 우리나라로 치면 초등학교 3학년에서 6학년까지의 시기입니다. 생각해보니 이 시기에 저에게 일어났던 일들 가운데 기록으로 옮길만한 기억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의문입니다.


<소년 시절>은 자서전이나 회고록이 아니라 소설과 자서전의 중간쯤에 있는 자전적 소설로 보아야 한다고 옮긴이는 말합니다. 자서전이라면 일인칭으로 기록되어야 할 것이나 저자는 화자를 일인칭이 아니라 삼인칭으로, 시제를 과거가 아니라 현재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자신의 경험을 객관화하여 과거를 현재화하면서 단순한 복원대상이 아니라 현재에서 바라보는 과거이며 현재와 연결된 과거임을 보여주려는 시도라는 것입니다. 마르셀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기억 깊은 곳에 숨어있던 과거의 경험을 복원하는 작업이었던 것과는 다른 시도라는 생각입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주인공 마르셀이 어머니의 사랑을 갈구했던 것과는 달리 <소년 시절>의 주인공 존은 과거의 자신을 포함하여 부모 등 주변인물 모두의 왜곡된 모습을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자신의 과거를 아름답게 채색하려는 것이 아니라 식민주의와 인종차별로 얼룩진 남아프리카 역사와 연계하여 윤리적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서라는 것입니다. 아마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의 서술에 따르면 남아프리카의 아프리카너 사회는 모계사회였나 보다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사실 그에게는 아버지가 무슨 자격으로 거기에 있어야 하지도 분명하지 않다. () 그의 집에서, 그리고 두 이모의 집에서, 핵심은 어머니와 아이들이고 남편은 부속물에 불과하다. 돈을 내는 하숙인처럼 살림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라고나 할까.(22)”


작가의 아버지는 남아프리카에 정착한 네덜란드계 백인, 즉 아프리카너의 후손이었고, 어머니는 지금의 폴란드에 귀속된 동독 지역에서 남아프리카로 이주한 백인의 후손이라고 합니다. 그의 가족 혹은 친지들은 비백인인 토착민들에 가혹하게 대하지는 않지만 그들의 시중을 자연스럽게 받는 것을 보면 백인과 유색인 사이의 차이를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요?


옮긴이는 작가는 <소년 시절>에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을 유감없이 드러냈다고 했지만, 사실 어머니의 진심을 알게 되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여인은 그를 사랑하고 보호하고 그에게 필요한 것들을 채워주는 목적만 가지고 이 세상에 태어났ㄷ고 그는 믿고 싶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253)”


작가가 소년시절에 가졌던 생각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떻게 변했는지 후속작인 <청년 시절>을 읽어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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