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에 읽은 <데드 하트>를 쓴 더글라스 케네디의 대표작이라고 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읽고 난 소감은 이 책을 읽고 예스24 누리사랑방에 독후감을 쓴 분이 무려 376명이나 된다는 사실이 놀랍지도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완전범죄란 없다고 합니다만, 미제 강력사건이 적지 않은 것을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우발적으로 일어난 살인 사건을 지워낸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싶은데, <빅 픽처>에서는 그런 일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암시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동의하기가 어려웠습니다만.


<빅 픽처>에서는 살아가면서 부딪칠 수 있는 여러 문제들을 다루었습니다. 제일 먼저 등장하는 문제는 젊은 시절 하고 싶은 일이 타의에 의하여 좌절되는 경우입니다. 주인공 벤이 사진작가가 되는 꿈을 꾸었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결국 변호사가 되고, 사진은 그저 취미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주인공 벤이 우연히 살해하게 되는 잭은 사진작가가 되지만 부족한 재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에도 잘난 척하는 모습이 처량하기만 합니다.


두 번째 문제는 벤과 아내가 갈등을 빚는 문제입니다. 벤의 아내 베스는 작가로 성공을 꿈꾸며 몇 편의 소설을 썼지만 세상에 내보내지 못했습니다. 벤의 배려가 가식적이라는 생각에 앞집에 사는 잭과 바람을 피우게 됩니다. 문제는 남편과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면서도 그 바람의 흔적을 완벽하게 감추지 못한 채 벤의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말았다는데 있습니다.


세 번째 문제는 아내와 잭이 불륜관계라는 의심이 들었을 때 이를 확인하기 위해 잭의 집을 찾아갔다는데 있습니다. 과시욕에 부푼 잭이 약 올리는 바람에 충동적으로 포도주병을 휘둘러 그를 가격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네 번째 문제는 살인을 저지른 뒤 수습하는 과정입니다. 자수를 하고 법의 처벌을 받는 것이 옳은 일이겠지만, 살인의 흔적을 지우려 들었던 것입니다. 그 과정이 아주 치밀한 점은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살인의 피해자가 아니라 스스로를 죽이는 방법을 쓴 것입니다. 벤은 잭의 시체를 친구인 빌의 요트에 태워 대서양에서 폭발시키면서 자신이 사고로 죽음을 맞은 것처럼 위장하고 자신은 잭으로 살아가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죽음이 사고사로 확정될 때까지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다가 몬태나 주의 마운틴폴스에 자리를 잡습니다. 살인자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라면 남의 시선을 끄는 일을 하지 말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벤은 젊었을 적의 꿈인 사진을 다시 시작합니다. 다섯 번째 문제입니다. 몬태나 주 토박이들이 사는 모습을 사진에 담기 시작하는데 그저 소일거리에 그쳤더라면 좋았을 것입니다. 술집에서 만난 지역신문 몬테난의 루디 워렌 기자를 집에 들이고, 루디가 벤의 사진을 신문사에 넘기는 바람에 벤은 몬테난의 사진기자가 됩니다.


그리고 사진부장 앤과 엮이게 됩니다. 두 사람이 산중에 있는 앤의 별장에서 주말을 보내는 동안 대규모 산불이 나고 탈출하는 과정에서 벤은 진화작업을 하는 소방대원들의 활약을 사진에 담아내고 그의 사진은 몬테난을 거쳐 중앙 신문은 물론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게 됩니다.


결국 벤이 도망자라는 사실을 루디와 앤이 알게 됩니다. 벤의 범죄사실이 밝혀져 법의 처벌을 받게 되었을까요? 이야기의 결말에 이르기까지 벤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게 되는데, 작가는 끝까지 자신이 창조한 작중 인물 벤을 비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관계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범죄자가 숨어사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입니다. 사회적 관계에서 자신의 진면목을 철저하게 감추는 것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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