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마지막에 마주치는 10가지 질문 - 1000명의 죽음을 지켜본 호스피스 전문의가 말하는
오츠 슈이치 지음, 박선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지난달에 시칠리아와 몰타를 여행하면서 읽었던 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죽음을 마주하는 것이 삶을 살아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고른 책입니다. <삶의 마지막에 마주치는 10가지 질문>은 도쿄 마츠바라 얼번 클리닉과 도호대 의료센터 오모리 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말기 환자를 돌보고 있는 호스피스 전문의 오츠 슈이치 선생이 썼습니다.


호스피스(Hospice)는 원래 중세 유럽에서 여행 순례자에게 숙박을 제공했던 작은 교회를 부르던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호스피스에 머물던 여행자가 건강상의 이유로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상황이면 그곳에서 치료 혹은 간병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나온 현대의 호스피스는 11세기 무렵 유럽에서 발전해 나왔습니다. 치명적인 만성질환의 말기에 들어서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들의 고통을 완화시켜 정신적으로도 평안한 죽음을 맞게 해주는 돌봄을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호스피스 전문의로 근무하는 동안 천여 명의 환자의 죽음에 동행했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삶이라는 것이 닮은 듯해도 꼭 같은 경우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죽음마저도 꼭 같은 경우는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죽음에 대하여 여러 모로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를 비롯하여 죽음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썼다고 합니다.


<삶의 마지막에 마주치는 10가지 질문>에서는 죽음을 앞둔 사람들을 돌보는 과정에서 알게 된 여러 가지를 정리했습니다. 읽다보면 10가지 질문이라고 했지만 내용을 보면 질문이 열 가지가 넘어서는 것 같습니다. 질문의 주제를 나누어보면 왜 죽음을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는지, 영원한 삶이 꼭 행복한 것인지 등 쉽지 않은 질문들을 잘도 뽑아놓았습니다.


특히 죽음을 앞둔 사람들을 돌보다보니 아무래도 그들이 가지는 죽음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모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죽음에 대하여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막연하게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말기 환자가 임종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여러 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는데 이런 설명을 처음 들어보는 것이었습니다. 사고나 급성 질환으로 사망에 이르는 경우와는 달리 말기 환자의 경우는 어느 정도 정형화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월 단위로, 주 단위로, 일단위로, 그리고 시간단위로 임종에 가까워지는 모습을 설명해놓았습니다. 이와 같은 과정을 잘 이해하고 있으면 가족 가운데 말기 환자가 있는 경우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도 있겠습니다.


병리학을 전공한 저는 요즈음 병리진단을 환자에게 직접 설명해주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임상 각과에서 시술이나 수술 등을 통하여 얻은 검체를 병리과에 검사를 의뢰하고 병리과에서 판독된 결과를 바탕으로 임상의사들이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설명을 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병리진단의 세밀한 부분까지 제대로 설명이 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저도 몇 년 전에 환자의 요구로 병리검사결과를 직접 보여드리면서 병리진단을 설명해준 적이 있습니다. 그때의 경험이 이와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아직도 환자에게 암과 같은 중증 질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을 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리고 병리의사가 이런 일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을 많이 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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