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들
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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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는 어려운 책들을 주로 읽게 되는 것 같습니다. 파스칼 키냐르의 <눈물들> 역시 그런 책읽기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파스칼 키냐르는 <세상의 모든 아침>으로 처음 만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진정한 예술을 추구하는 자세가 어때야 하는 지를 배운 책읽기였는데, 독후감을 다시 읽어보니 그 안에서도 눈물들이 비올라 디 감바의 연주곡으로 언급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기로 한 것은 제가 쥐고 있는 눈물이라는 화두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눈물을 새롭게 이해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옮긴이의 말은 프랑스어 탄생의 현장 스케치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그리고 보니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8세기말에서 9세기 초에 있었던 이이야기를 다루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프랑크 왕국의 카롤로스 왕조의 2대 왕이자 서로마제국의 초대 황제였던 카롤루스 대제를 전후한 시기입니다. 이야기들은 정사라기보다는 야담집에 담길 그런 이야기입니다. 야담이라고 보는 이유는 남녀상열지사에 관한 이야기들이 적나라하게 혹은 은근한 비유로 기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은 이 책에 언급된 시대적 배경에 대한 앎이 많지 않아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프랑스어의 탄생과 관련하여 8422월 퐁트누아 전투에서 승리를 거둔 서프랑크 왕국의 샤를 2세와 동프랑크 왕국의 루트비히2세가 맺은 스트라스부르 서약은 초기 프랑스어(로만어)와 고고지독일어로 각각 작성되었다고 하는데, 이는 프랑스어로 쓰인 최초의 문서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그 부분은 이렇습니다. “바로 842214일 금요일, 추위 속에서 그들의 입술 위로 기이한 안개가 피어오른다. 이 안개를 프랑스어라고 부른다. 니타르는 최초로 프랑스어를 문자로 기록한다.(140)”


옮긴이 역시 이 책의 제목이 <눈물들>인 까닭이 궁금하다고 적었습니다만, 알자스에 살던 무녀 사르가 했다는 눈 안쪽에 있는 미세한 분홍빛 살점-고대로부터 어머니들의 살점이라고 알려진-에 관한 나름의 해석을 소개했습니다만, 결국은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1462행에 나오는 만물의 눈물(Lacrimae rerum)’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했습니다. “유년기의 눈물로 충분하다. / Lacrimae rerum(만물의 눈물). / 하늘에서 떨어지는 원자들은 만물의 눈물들이다라는 시귀를 인용하면서 베르길리우스는 지상에 존재하는 비길 데 없는 형상들과 풍경들은 다시 볼 수 없는 것들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것들이 손으로 만지는 것처럼 우리의 정신을 건드리는 한, 결국 고통의 눈물이 되고야 만다라고 썼다(213)”라고 정리합니다.


본문 가운데 남성과 여성의 근본적 차이를 생각해볼만한 대목이 있습니다. “여자의 삶에서 더 끔찍한 것은 남자는 우리를 욕망하는데 우리는 그를 사랑한다는 거예요. 우린 누구나 한 남자에게 송두리째 자신을 바치는데, 남자는 여자를 꿰뚫자마자 이내 여자의 품에 있던 사실마저 까맣게 잊고 말아요. 그리고 모르는 것을 배우겠다고 천지 사방으로 분주히 돌아다니잖아요.(30)”


글쓰기에 대한 대목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Vae qui scribunt, scribentes enim sceribunt nequm! (글을 쓰는 자들은 불행할지니, 글을 씀으로써 쓰면 안 될 것을 쓰기 때문이로다!)”라는 선지자 이사야의 말을 인용하여, 글쓰기가 결코 축복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손을 땅으로, 돌로, 납으로, 동물 가죽으로, 지면(紙面)로 내리는 것이며, 불행을 기록하는 것이라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책에 글을 쓰는 사람은 책 그 자체다. 그런 식으로 시대와 세계에 따라 낯선 의미가 도출된다라는 아인하르트가 아직 프랑크족의 왕이던 샤를마뉴에게 했던 말을 인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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