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나 아티스트
알카 조시 지음, 정연희 옮김 / 청미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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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도서관에서 눈에 띤 책입니다. 지난 해 말에 북인도를 여행하면서 헤나 체험을 했기 때문에 제목이 눈길을 끌었던 것 같습니다. 인도 라자스탄 주에서 태어나 9살이 되던 해 가족과 함께 미국에 온 알카 조시가 쓴 <헤나 아티스트>는 헤나에 대한 궁금증은 물론 왕족에서 바닥인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등장인물들을 통하여 인도 사람들의 삶과 생각들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북인도 여행에서 겪어보지 못한 부분을 채워주는 책읽기였습니다.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은 1950년대입니다. 1858년 세포이 항쟁을 진압하면서 영국은 무굴제국의 왕실을 폐지하고 1877년 영국령 인도제국이 출범하였습니다. 식민지배를 받는 동안 인도는 착취와 불이익을 당했습니다. 식민지배 시기에 마하트마 간디의 비폭력 불복종 운동, 자와할랄 네루가 이끄는 인도 국민회의의 독립운동, 진낙 이끄는 무슬림 연맹의 독립운동이 이어졌습니다. 2차 세계대전 기간 일본 제국주의의 확대를 저지하는데 기여한 바가 인덩되어 1947년에 인도 자치령이 수립되었고, 1950년에는 인도 공화국이 성립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대립이 심화되면서 파키스탄과 인도가 분리되었습니다.


<헤나 아티스트>는 독립 직후 현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계급과 사회적 지위가 뒤흔들리는 와중에도 오랜 세월 이어진 전통에 따라 개인의 삶이 여전히 억눌리던 시기였습니다. 그럼에도 이 야이기의 주인공 락슈미는 암울한 처지를 비관하고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원치 않던 결혼으로 남편 하리에게 시달리던 삶을 과감하게 탈출하는 결단을 내린 것입니다. 이와 같은 그녀의 결단은 남은 가족들을 질곡에 몰아넣게 되었습니다. 재수 없는 인간 취급을 견뎌내야 했던 것입니다.


아그라를 거쳐 자이푸르에 진출하게 된 락슈미는 하리의 어머니로부터 배운 약초에 대한 지식과 타고난 재능을 바탕으로 상류층에 전통기법으로 헤나 문양을 그려주는 일을 시작합니다. 헤나 예술가는 상류층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모아 활용하면서 입지를 늘려가게 됩니다. 상류층 젊은이들을 서로 연결해주는 중매도 하고, 인연이 확대되면서 왕실에까지 인연을 맺게 됩니다.


세상사는 굴곡이 있기 마련입니다. 승승장구하던 락슈미에게 갑작스럽게 떠나온 남편 하리가 등장하고 얼굴도 모르는 여동생 라다가 등장합니다. 락슈미의 꿈은 돈을 모아 새집을 짓고 고향의 부모님을 모시는 것이었는데, 라다는 부모님 모두 세상을 떠나셨다는 슬픈 소식을 가져왔습니다. 슬픔 속에서도 락슈미는 라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려는 노력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라다와 락슈미 사이에도 세대차가 있어서 라다는 락슈미의 호의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결국은 어린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락슈미의 후원자인 사미르와 파르바티 싱 부부의 아들인 라비 싱과 관계를 맺고 아이를 가지게 됩니다. 라비는 워낙이 바람둥이인데 어린 라다는 사랑이라고 믿었던 것입니다. 이로 인해 락슈미는 곤경에 빠지게 되는데, 순발력을 발휘하여 라다의 아이를 왕실에 입양을 추진하게 됩니다. 왕실을 이어갈 인물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라다는 끝까지 락슈미의 배려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결국 오랜 세월에 걸쳐 자이푸르에서 쌓아온 모든 것이 허망하게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곧 죽어도 살아날 길이 있는 법입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락슈미에게 라다의 분만을 도와주었던 의사 제이 쿠마르가 락슈미의 약초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을 해온 것입니다.


어찌 보면 아슬아슬하기만 한 일상을 탈출하여 마음이 편한 일을 할 수 있고, 라다 역시 그녀와 함께 하게 되었으니 좋은 결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야기의 주 무대가 자이푸르인데 지난 해 북인도를 여행할 때 자이푸르도 방문한 바가 있어서 알만한 장소가 이야기에 등장하면 공연히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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