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것과 병리적인 것 프리즘 총서 29
조르주 캉길렘 지음, 여인석 옮김 / 그린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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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전립선 특이 항원검사(PSA)를 하고 그 결과 때문에 한바탕 소동이 일었습니다. 3월에 전립선암으로 수술을 받고 PSA검사를 매달 받아 재발 여부를 감시하고 있습니다. 수술을 받은 뒤에 0.007ng/mL까지 내려갔던 것이 매달 조금씩 오르고 있습니다. 오늘 검사 값은 0.059ng/mL이었습니다. 0.1 ng/mL을 초과하면 재발 여부를 조사해야 하기 때문에 감시를 철저하게 하고 있는 셈입니다. 사실 PSA검사는 전립선암을 선별하는데 이용하고는 있습니다만, 전립선염이나 전립선비대증과 같은 질환을 비롯하여 사정을 하는 경우에도 올라갈 수 있습니다. 3ng/mL까지는 괜찮다고 하는데, 조직검사를 해보면 그 아래값에서도 암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인체는 변이가 다양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면 정상이고 어느 정도를 넘어서면 질병이 있다고 보아야 하는지 그 기준을 정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대개는 정상인 사람들에서 얻은 수치를 통계처리를 해서 정상과 비정상, 즉 건강한 상황과 질병의 상황으로 구분하게 됩니다. 결국은 건강한 상황과 질병의 상황은 연속되는 띠와 같아서 경계를 세우는 것이 모호할 수도 있습니다.


<정상적인 것과 병리적인 것>은 프랑스의 의학철학자 조르주 캉길렘이 생리적인 것과 병리적인 것의 차이를 철학적으로 접근하여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첫 번째 내용은 1943년에 발표된 것으로 조르주 캉길렘이 박사학위 논문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내용은 그로부터 20년 뒤에 의학의 발전에 따른 저자 자신의 생각이 바뀌게 된 부분과 심화된 사유의 결과를 정리한 것입니다.


먼저 저자는 정상을 논함에 있어 1. 의학적 정상성, 2. 정신의학적 정상성, 3. 생물학적 정상성, 4. 사회적 정상성의 측면에서 다룰 수 있겠지만, 저자는 의학적 정상성을 밝히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병리학과 진단검사의학을 전공한 까닭에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기준을 따지는 편입니다. 병리학은 형태학이기 때문에 정상인에서 볼 수 없는 형태적 변화가 생겼을 때 이와 같은 변화가 질병을 일으킬 것인가에 관심이 많습니다. 진전검사의학의 경우 검사결과가 연속적인 수치로 나타나기 때문에 특정한 수준의 검사값을 기준으로 정상과 비정상으로 구분하게 됩니다. 하지만 정상에서 볼 수 없는 형태학적 변화가 나타나거나 정상의 범위를 벗어나는 검사 결과를 보이더라도 특정한 질병에 걸렸다는 징후를 전혀 보이지 않고 정상인처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암의 경우도 이형성과 같은 암으로 전환될 수도 있는 전암 병변이 있는가 하면 생명에 심각한 위협을 미치지 않는 양성 병변이 어느 순간 암으로 전환될 수도 있습니다. 발암물질에 노출되어 유전자의 손상이 일어나더라도 우리 몸은 이상이 일어난 부위를 수복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문제는 수복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할 정도로 많은 변이가 일어났을 때는 기능적 변화를 넘어 형태학적 변화가 생기게 되며 원인이 제거되었을 때도 정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나쁜 쪽으로 줄달음치게 되는 것입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유전학을 비롯한 단백질학 등 분자생물학적 분야에서의 발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생리적인 것과 병리적인 것, 즉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개념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고 하겠습니다. 1995년에 타계한 캉길렘이 오늘날 까지 살아있었다면 이 책은 세 번째 부분이 더해지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저도 조만간 병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볼 기회가 있을 듯 하여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형태학을 전공한 까닭에 정신의학적, 생물학적 그리고 사회학적 측면까지 다루게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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