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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정서웅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평점 :
너무 유명해서 일까요? 개요는 잘 알고 있지만 제대로 읽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공연으로는 40년 전에 국립극장에서 본 기억이 있습니다. <파우스트>는 헌사, 무대에서의 서연(序演), 천상의 서곡에 이어 1부와 2부로 구성되었습니다.
<파우스트>는 괴테가 60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이라고 합니다만, 괴테의 창작이 아니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16세기에 살았다는 파우스트는 떠돌이 학자였다고 하는데, 마술과 점성술에 일가견이 있었고, 신학과 의학에서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있었다는 것입니다. 규범에서 벗어난 행동과 과장된 일화 때문에 전설적인 인물로 자리잡았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16세기에 이미 파우스트를 주인공으로 하는 책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괴테는 3년에 걸친 구상 끝에 24살에 집필을 시작하여 2년 동안 이어갔지만 바이마르에 정착하고서는 10년 동안 진전이 없었다고 합니다. 이탈리아를 여행하고서 39살이 되던 해 집필을 재개했다고 합니다. 1부를 먼저 완성한 다음 48살이 되던 해에 헌사, 무대에서의 서연(序演), 천상의 서곡을 덧붙어 출판하였다. 51살이 되면서 헬레나가 등장하는 2부를 기획하여 80살이 되는 해에 2부를 완성하였습니다. 괴테는 다른 작품들을 쓰는 동안 <파우스트>의 집필이 중단되곤 했습니다.
파우스트의 비극은 주님과 악마 메피스토펠레스 사이의 내기에서 시작된 일입니다. 물론 계약은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 사이에서 맺어집니다만, 그 계약이 타인의 뜻에 의하여 결정된 셈이니 파우스트가 알았더라면 그 계약이 성립할 수 있었을까요? 계약 이후의 파우스트의 삶의 대부분은 악마가 깔아놓은 암수에 따라 결정되었을 뿐이고, 죽음 뒤에 구원을 받는 것조차도 주님의 뜻에 의한 것이라 할 것입니다.
1부는 주님과 내기를 성사시킨 메피스토펠레스가 파우스트 앞에 나타나 쾌락적 삶을 약속하는 대신 죽었을 때 영혼을 넘겨받는 다는 계약을 맺고 나서 파우스트를 쾌락의 길로 이끌어갑니다. 마녀가 제조한 약을 마시고 20대의 청년이 된 파우스트는 순진무구한 처녀 그레트헨를 쾌락의 대상으로 삼게 됩니다. 두 사람의 사랑은 지향하는 바가 달랐지만, 결국 메피스토펠레스의 농간으로 두 사람이 살인을 저지르는 파국적 결말을 맺게 됩니다.
2부의 초반은 파우스트가 잠깐씩 등장하지만 황제의 궁정을 비롯하여 평민들이 사는 모습 등 다양한 풍경이 펼쳐지는데 후반에 들어서는 파우스트가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되었던 헬레네와 사랑 맺고 아들을 얻는 등 삶의 후반부를 즐기는 모습과 죽음을 맞기까지의 과정을 다루었습니다.
1부의 경우는 읽는 줄거리를 수월하게 따라갈 수 있는데 2부 들어서는 등장인물들도 엄청 많은데다가 등장인물들이 전하는 이야기들인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읽어가는 흐름을 쉽게 이어가기가 어려웠습니다.
물론 읽히기 위한 목적으로 쓸 수도 있겠습니다만, 희곡은 무대에서 공연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본다면 분량이 엄청난 <파우스트>를 원작을 살려 무대에 올리는 일이 가능할까 싶었습니다. 대체로 우리나라의 극단에서 올리는 연극들이 2시간 이내에 공연이 끝나는 경향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합창단을 포함하여 상당수의 등장인물들이 노래로 뜻을 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2부의 경우에 거의 대부분의 대사가 노래로 이루어지는데, 악보는 어떻게 되는지도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파우스트>를 연극무대에서 다시 만나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기억이 분명치가 않습니다만 40년 전에 본 공연에서도 원작의 일부를 뽑아서 극본을 만들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