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꽃 외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53
노발리스 지음, 이유영 옮김 / 범우사 / 200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자카란다가 인연이 되어 읽게 된 책입니다. 재작년 말에 뉴질랜드를 여행하면서 처음 본 자카란다는 벚나무처럼 커다란 나무가 온통 푸른 꽃이 뒤덮여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었으면 싶었던 꽃입니다. 그렇게 기억에 남았던 자카란다를 이번에는 책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얼마 뒤에 여행계획이 있는 시칠리아를 공부하기 위하여 읽은 <시칠리아 일주 인문기행; https://blog.naver.com/neuro412/223306321180>에서 늦은 봄에는 시칠리아에서 자카란다의 푸른 꽃을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노발리스의 <푸른 꽃>을 소개했습니다.


노발리스(1772-1802)는 독일 초기 낭만파의 대표적 시인이자 작가 프리드리히 폰 하이덴베르크의 필명입니다. 범우사에서 나온 <푸른 꽃()>에는 <푸른 꽃>을 비롯하여 <밤의 찬가><성가> 등 그의 대표작들이 담겨있습니다. 자연과 인간에 대한 철학적 사색을 통하여 삶과 죽음을 초월하는 낭만주의적 자연과 역사관을 구축했고, 이를 작품에서 나타내려 했다고 합니다. <푸른 꽃>에서는 존재하는 모든 것의 근원이 되는 심오한 사랑과 신비로운 세계를 펼쳐냈다고 합니다.


작가가 푸른 꽃에 대하여 어떤 이야기를 펼쳐냈을까 무척 궁금했지만, 막상 <푸른 꽃>을 읽고 났을 때는 조금 허망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푸른 꽃에 대한 언급은 1장에서만 딱 세 번 나오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대목입니다. ”탐욕이란 나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언젠가는 한번 그 푸른 꽃을 꼭 보고 싶단 말이야. 그 꽃은 끊임없이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어서, 그 외의 어떤 것도 쓸 수가 없고 생각할 수도 없어. 나는 결코 이런 심정에 빠져 본 적이 없지. 조금 전에도 꿈을 꾼 것 같기도 하고, 잠이 살그머니 들어 딴 세계로 간 것 같기도 했어. 하여튼 내가 여지껏 살아온 세계에선 도대체 아무도 꽃들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지는 않거든. 하물며 하나의 꽃에 대한 이러한 야릇한 정열에 대해선 들어본 일도 없었단 말이야.(11)“


두 번째 대목은 역시 꿈 이야기입니다. ”하늘은 짙은 푸른색을 띠고 말끔히 개어 있었다. 그러나 그를 힘껏 매혹시킨 것은 푸른빛이 도는 키가 큰 꽃이었다. 그 꽃은 바로 샘물가에 서 있었고, 넓고 반짝거리는 잎사귀들이 그의 몸에 스쳤다.() 그는 푸른 꽃 이외에 아무 것도 보지 않았고, 오랫동안 형언할 수 없는 연정으로 그 꽃을 쳐다보았다. 그 꽃이 한번 움직이고 변하기 시작했을 때 마침내 그는 그 꽃에 가까이 가려 했다. 잎사귀들은 더욱 반짝거렸고 점점 자라나고 있는 줄기에 꼭 달라붙어 있었다. 그 꽃은 그를 향하여 머리를 숙였고 꽃잎들은 하나의 푸르고 넓은 꽃부리를 드러냈다. 그 속엔 하나의 부드러운 얼굴이 아른거렸다. 이상야릇한 변체를 보고 놀랐으나 점점 달콤한 기분이 들었다.(14-!5)“


세 번째 대목은 화자의 아버지가 꿈에서 보았던 이야기입니다. ”이 산 위에서 발견하게 될 푸른 꽃을 유심히 보시오. 그리곤 그 꽃을 꺾으란 말이요. 그런 다음 당신은 겸허하게 하느님이 인도하시는 대로 모든 것을 맡기십시오.(21)“


저자가 29살에 요절한 탓인지 <푸른 꽃>은 미완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화자가 푸른 꽃에 몰입하게 된 것은 집을 찾아온 이방인이 푸른 꽃에 대하여 이야기했기 때문인 듯합니다. 그 일이 있고서 성격이 변한 듯한 화가가 걱정이 된 어머니는 화자를 데리고 친정인 아우크스부르크로 여행을 하게 되는데, <푸른 꽃>은 그 여행을 하는 동안 화자가 겪은 이야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캔터베리 이야기><돈키호테>에서 보는 것처럼 이야기 속에 이야기들이 등장하는 액자소설의 형식을 취하여 화자가 시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다루었습니다. 그리고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만난 마틸데와 인연을 맺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푸른 꽃은 시()이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키가 크고 푸른꽃을 피우는 꽃이라면 자카란다가 생각나기는 합니다만, 자카란다는 열대 혹은 아열대 지역에 자생하는 바라 독일에서 볼 수 있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