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 풍경 - 시칠리아의 풍습, 건축, 언어, 역사, 사람들을 만나다 지중해지역원 번역 시리즈 7
아서 스탠리 리그스 지음, 김희정 옮김 / 산지니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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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 여행을 준비하는 책읽기입니다. <시칠리아 풍경>은 미국의 작가이자 역사학자 그리고 편집장을 역임한 아서 스탠리 리그스가 시칠리아 전역을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겪은 것들을 1912<시칠리아 풍경(Vistas in Sicily)>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한 책입니다. ‘시칠리아의 풍습, 건축, 언어, 역사, 사람들을 만나다라는 부제가 책에 담긴 내용을 잘 요약하고 있습니다.


시칠리아는 긴 장화를 닮은 이탈리아 반도의 앞코에 있는 섬으로 아프리카의 튀니지를 향하고 있어, 역사적으로 이탈리아반도와 아프리카를 잇는 중계기지가 되어왔습니다. 이와 같은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시칠리아는 주변 강대국들이 탐내는 그런 장소였기 때문에 역사가 시작되고부터는 독립 국가였던 시기가 별로 없는 듯합니다. 다양한 문명이 이곳을 지배했기 때문에 그들이 남긴 다양한 문화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사를 제외하고는 문화사적 측면에서 시칠리아를 제대로 정리해놓은 역사책이 없는 형편이라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시칠리아 풍경>은 기행문의 성격을 띠고 있으면서도 시칠리아의 역사를 잘 정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때는 현재의 시점에서 시칠리아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그려내는가 하면 현존하는 유물들을 통해서는 과거의 역사를 설명하기도 합니다. “저자가 이 섬의 사람들이나 그들의 풍습, 건축물, 언어 등이 어떤 영향 아래 형성되고 그들만의 문호를 이뤄왔는지 설명하고 있다고 옮긴이는 말합니다.


책을 읽어가다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구할 수 없는 역사적 자료를 인용하여 시칠리아를 설명하고 있어서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저자가 시칠리아를 여행했던 시기는 벌써 백년이 넘은 과거의 일이라서 현재의 시칠리아의 상황과 일치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 책에서 언급되어 있는 사실들이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시칠리아 사람들이 팔짱을 끼고 좁은 길을 걸어가고 있을 때, 외국인이 실례하겠습니다. 선생님이라고 말해도 결코 황급하게 길을 비켜주려 하지 않을뿐더러 길을 재촉하는 외국인이 놀랍다는 표정을 짓는다고 했는데, 지금도 그럴지 궁금합니다. 시칠리아 사람들이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한다거나, 적선이 아니라 뻔뻔하다 싶을 정도로 보상을 요구하더라는 것도 확인해보고 싶어집니다.


시칠리아를 여행하려고 여행사의 상품들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에트나 화산에 올라가는 일정이 있는 상품과 대신 시칠리아를 알차게 일주하는 상품을 두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만, 결국은 시칠리아를 일주하는 상품을 골랐기 때문에 에트라 화산에 올라가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저자가 인용하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에 나오는 키클롭스 폴리페무스가 에트나 화산의 화산활동을 은유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오디세이가 키클롭스의 눈을 찌른 뒤에 배를 타고 섬을 탈출할 때 키클롭스가 커다란 바위덩이를 던지는 장면이 에트나화산이 분출하는 것을 이야기로 만든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현대 들어 시칠리아는 다양한 영화의 무대가 되고 있습니다. <시칠리아 풍경>은 영화산업이 발달하기 이전의 시기에 쓰인 까닭에 영화와 관련한 이야기를 볼 수 없다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저자가 시칠리아 섬의 전체를 돌아보았다고는 하지만 <시칠리아 풍경>에서는 팔레르모, 시라쿠사, 카타니아 그리고 에트나 등 중요한 장소 몇 곳에 집중되어 있어 제가 갈 예정인 장소에 대한 이야기가 빠져 있는 것도 조금 아쉽습니다.


저자가 작가라는 점을 깨닫게 해주는 부분은 유적이나 풍경을 설명하는 대목인데 면밀하게 지켜봐야 느낄 수 있는 것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기행문을 이렇게 써야 하는구나 하는 점을 느끼는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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