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이욱 지음 / 생각나눔(기획실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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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독후감을 쓴 <내 몸은 거꾸로 간다; https://blog.naver.com/neuro412/223282200922>를 쓴 이지 작가님의 부친께서도 당신께서 쓰신 <단독보도>를 함께 보내주셔서 읽게 되었습니다. 이욱 작가님은 <단독보도>이루어지더이다라는 짧지만 강한 느낌이 드는 글을 적어주셨습니다.


작가께서는 소싯적부터 품었던 작가의 꿈을 칠순이 넘어서 이루게 되었으니 감개가 무량하셨을 것 같습니다.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칠순을 2~3년 앞두고 자녀들이 칠순잔치를 하지 않는 대신 출판기념회를 열어드릴 테니 책을 써보시라고 권했다는 것입니다. 자녀들이 참 훌륭한 것 같습니다. 돗자리를 깔아놓았다고 해서 점을 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님께서는 이미 책을 낼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작가님은 <단독보도>에서 살아온 날들을 짚어보았습니다. 3부로 구성하였는데 1부는 초등학교시절부터 군입대 전까지, 2부는 군 시절부터 칠순 무렵까지의 삶입니다. 3부는 최근에 1년 동안 일했던 청소원이라는 일을 하면서 겪은 이야기들입니다. 이야기들 가운데 특히 1부에서 공감이 되는 사건들이 많았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베꼈제?’에서는 작가의 꿈을 일찌감치 접게 된 사연을 적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시를 지어 제출했는데, 선생님께서 공책을 돌려주면서 다짜고짜로 베꼈제?’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꼴을 뜯으러 다니는 사이 떠오르는 생각을 시로 정리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좋은 선생님이었다면 격려를 아까지 말았어야 할 노릇입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대학 1학년 때 물리학 시험을 치르는데 8절 시험지를 나누어주고 두어 문제 가운데 하나를 골라서 답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자신 있는 프랑크 상수를 유도하는 과정을 8절 시험지 앞뒤에 꼼꼼하게 적어 넣었습니다. 그 문제가 나올 것으로 예상을 하고 미리 정리하여 외워두었던 것입니다. 당연히 만점을 기대했던 것인데 80점을 받았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물리학과 교수님은 책을 그대로 베꼈더라고 했습니다. 물리학과 전공도 아니고 의과대학 예과 과정에서 책을 외워서라도 완벽한 답을 적어냈는데도 만점을 주기 싫었던 모양입니다. 그때 만점을 받았더라면 1학년 종합석차에서 수석을 차지하게 되어있었는데, 아슬아슬하게 수석을 놓쳤습니다. 요즘 같으면 쫓아가서 항의를 하고 난리를 치는 것은 물론 소동도 불사할 사항입니다만, 그때는 교수님은 하늘이었습니다. 그저 운이 나빴다고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초등학교를 마친 뒤에 집안 형편으로 중학교에 원서도 내지 못했다가 뒤늦게 입학을 하고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중학교를 마치고는 명문 중의 명문 경북고등학교에 당당히 합격을 했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신혼인 누이가 죽는 바람에 추수를 앞둔 농사일에 손을 놓은 부모님을 대신하여 형님과 함께 추수를 마치느라 학교에도 가지 못했다는 사연을 읽으면서 초등학교 다닐 때 눈물을 흘려가면서 보았던 영화 <저 하늘에도 슬픔이>가 생각났습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을 눈물에 빠지게 만들었던 이 영화를 감독하셨던 김수용 감독이 얼마 전에 타계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더욱 그러합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우니 만사가 쉽게 풀리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러다보니 청년 시절에 방황하기도 했지만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께 잘못을 빌고 새로운 삶을 찾았다고 합니다. 청장년 시절에는 어렸을 적보다는 그래도 형편이 나아졌다고 하는데 아내분을 비롯하여 자녀들이 큰 힘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저 역시 제가 살아온 날들을 정리해보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욱 작가님의 <단독보도>는 좋은 참고서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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