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여행 - 들뢰즈 철학으로 읽는 헬레니즘
김숙경 지음 / 그린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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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다보면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과 관련된 이야기를 끌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로마의 신에 관심이 많습니다. 제목에 이끌려 <신들의 여행>의 책장을 펼쳤을 때, 그리스의 석상들은 물론 불상의 사진들이 가득 찬 것을 보고는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최근에 북인도를 여행하면서 인도에서 불교가 어떻게 생겨 발전하고 소멸해갔는지 보았기 때문입니다.


<신들의 여행>은 제목처럼 동방에서 그리스 신들의 흔적을 볼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본서의 내용은 유라시아 신화 속의 신들과 그들을 소재로 한 조형예술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본서에서는 신화와 예술을 넘어선, 아니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무언가 특별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5)”라고 적었습니다. 그러니까 공존하고 있는 드러난 세계와 감춰진 세계를 이야기하겠다는 것입니다.


1차이를 만든 접속: 신들의 변신에서는 알렉산드로스의 동방원정로와 중앙아시아 실크로드를 따라 동쪽으로 유입된 그리스 신들의 변신을 주제로 하여 만남과 접속에 의한 차이의 생성이라고 하는 문화의 속성을 확인해 가는 과정으로, ‘드러난 세계-삶의 영역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2들뢰즈 철학으로 만나는 신들의 변신1부에서 설명한 내용 전반에 대한 철학적 읽기, 즉 문화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물음을 신화와 신들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으로 감춰진 세계-철학의 영역이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드러난 세계와 감춰진 세계로서의 삶과 철학이 동전의 양면처럼 가까우면서도 접점을 찾기가 어렵다는 데 착안하여 이를 설명하기 위하여 저자는 유목미학이라는 영역을 창조해냈다고 합니다. 들뢰즈의 유목론과 미학을 결합한 개념입니다.


저자는 그리스의 신들이 알렉산드로스의 동방원정을 따라 이동하였다고 설명합니다. 마치 신들이 독자적으로 따라간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신이라는 존재 자체가 인간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동방원정에 나선 그리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그리스의 신들을 모셨을 터입니다. 알려진 것처럼 알렉산드로스는 동방원정길에 죽음을 맞았고, 그를 따라 나섰던 장군들이 점령지를 나누어 다스렸습니다.


그렇게 동방에 진출했던 그리스 사람들이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토착민에 동화되거나 토착민들의 세력에 몰락하는 운명을 맞았을 것입니다. 그와 같은 과정을 겪으면서 그리스 신들도 토착신앙과 결합하여 녹아들었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그리스 신들은 그리스 사람들이 만들어낸 존재일 터이나 그리스 사람들이 일찍이 소아시아와 교류하고 있던 터라서 소아시아를 경유해서 동방의 신을 들여왔을 수도 있습니다. 저자는 그런 부분을 크게 다루지 않았습니다.


저자는 그리스 신들이 알렉산드로스의 동방원정을 비롯하여 실크로드의 타림분지 등으로 자발적으로 이동해간 것처럼 설명하지만 사실은 그리스 신화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이동해간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스 조각예술이 간다라 미술에 영향을 주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원전 6세기 무렵 싯다르타의 깨달음으로 시작한 불교가 알렉산드로스의 동방원정보다 1세기 정도 늦은 기원전 3세기 무렵 마우리아왕조의 아소카 왕 시대에 소아시아의 안티옥,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그리스의 아테네 등지로 전파되었다고 합니다


그런가하면 인도에서 불상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기원후 2세기 초 쿠샨왕조의 카니슈카 왕 시절이었다고 합니다. 카니슈카 왕은 열렬한 불교도였지만, 조로아스터교, 힌두교, 그리스 신화 등 다양한 종교와 문화에 관용적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보면 간다라 지방에서 처음 등장한 불상이 그리스 조형예술의 영향을 받았음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리스의 신들이 부처를 시립하는 존재로 전락했다는 해석은 지나친 바가 없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생각거리가 많아지는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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