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의 시학 동문선 문예신서 340
가스통 바슐라르 지음, 김웅권 옮김 / 동문선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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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책에서 보고 읽어보기로 했던 것인지는 기억에 남아있지 않습니다만, <촛불의 미학>에 매료된 바 있는 가스통 바슐라르가 몽상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고 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정말 난해해서 얼마나 이해할 수 있었는지 가늠이 되지 않더라는 말씀을 드려야 하겠습니다.


옮긴이가 적은대로 저자는 서론에서 이 책의 성격을 잘 요약해놓았습니다. 저자는 몽상가가 자신의 꿈에 진정으로 충실하고 이 꿈이 시적 가치로 인해 분명하게 일관성을 띨 때, 그가 받는 일관성의 힘을 담아내고자 했다고 하였습니다.


본문은 모두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는데, 몽상에 대한 몽상을 설명하는 제1장과 제2장에서는 각각 말의 몽상가와 아니무스’-‘아니마를 나누었습니다. 우리를 유혹하는 모든 몽상을 언급해보겠다는 생각을 담아냈다는 것입니다. 그는 글쓰기는 펜이 흘러가는 대로 놓아두고 몽상으로 하여금 말하게 하는, 즉 몽상을 옮겨 쓰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습니다. 그 몽상은 낱말에서 시작된다고도 했습니다. 우리말에서는 낱말에 성을 부여하지 않습니다만, 프랑스어나 독일어의 낱말은 남성과 여성이 구분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남성형 낱말과 여성형 낱말을 잘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2장에서 이야기하는 아니무스와 아니마의 의미를 따져보면, 라틴어로 영혼을 의미하는 아니마에서 출발하는 개념으로 분석심리학에서 아니마는 남성의 무의식 인격의 여성적 측면을 아니마의 원형이라고 규정합니다. 남성이 가지는 모든 여성적인 심리학적 성질이 여기 해당됩니다. 반대로 아니무스는 여성의 무의식 인격의 남성적인 면을 의미합니다. 모든 정신현상에는 아니무스와 아니마가 때로는 협력하면서, 때로는 충돌하면서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바슐라스의 관점에서 가장 순수한 상태에서의 몽상이 아니마에 속하며, 꿈은 아니무스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3장에서는 우리를 어린 시절로 되돌리는 몽상에 대하여 이야기합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 간직된 사랑스러운 관념들이야 말로 어느 순간부터 복잡한 몽상의 기원이자 질료가 된다는 것입니다. 기억은 꿈을 꾸고 몽상은 추억하게 되는데, 추억의 이런 몽상이아먈로 시적인 작품의 싹이 된다는 것입니다.


4장에서는 데카르트의 코기토 에르고 숨(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라는 명제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이 부분이 아주 어려웠는데, ‘몽상을 꿈꾸는 나라는 존재는 시인이 그에게 가져다주는 모든 시적 반영물로 살아가면서, 시인이 아니라 사회시키는 나로 드러난다고 했습니다.


5장에서는 몽상이 세계를 열어주고 확대해주는 관념을 뒤쫓았습니다. 우주는 세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몽상은 우리로 하여금 세계 속에 들어앉도록 도와주고, 세계의 행복 속에 자리잡도록 도와준다고 하였습니다. 몽상의 대상을 우주의 단계로 승화시킨 것은 몽상에 관한 그의 연작, <대지와 의지의 몽상>이나 <대지와 휴식의 몽상>과 연결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몽상에 관한 다양한 시들을 인용하고 있는데, 관련 자료를 찾기 위하여 책을 읽는 것에 대한 언급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책읽기는 현대적 정신 현상의 차원이다. 이 차원은 이미 글쓰기에 의해 옮겨진 정신적 현상들을 옮기는 작업이다. 씌어진 언어를 특수한 정신적 현실로 간주해야 한다. 책은 항구적이다. 그것은 당신의 눈앞에 하나의 대상처럼 있다. 그것은 저자 자신도 지니지 못한다고 생각되는 단조로운 권위를 드러내면서 당신에게 이야기한다. 씌어진 것을 잘 읽어야 한다. 게다가 글을 쓰기 위해 저자는 이미 한번 옮겨놓기를 수행한 바 있다.” 

책읽기와 글쓰기가 연결되어 있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아서 책을 읽고 동화시켜야한다고 말합니다. 책을 너무 빨리 읽지 말고 너무 큰 조각을 삼키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합니다. 잘 씹고 조금씩 마시며 한행 한행 시를 음미해야 합니다. 많이 읽고, 또 읽고, 끊임없이 읽기를 욕망해야 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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