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번도 패배한 적이 없다 - 전 세계 독자들을 감동시킨 BBC기자의 암 투병기
아이반 노블 지음, 공경희 옮김 / 물푸레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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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 전립선암으로 수술을 받고 회복 중에 있다 보니 아무래도 암에 관련된 책을 챙겨 읽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나는 한번도 패배한 적이 없다>는 아교세포종이라는 뇌암으로 진단받은 환자의 이야기입니다. 영국의 국영방송 BBC의 과학부문 기자로 활동하던 아이반 노블이 치료과정에서 느낀 점을 일기형식으로 BBC의 기사 누리망을 통해서 발표했던 글들을 독자들의 댓글 등과 함께 책으로 묶어낸 것이라고 합니다.


아교세포종은 비교적 희귀한 신경교세포종인데 악성도가 높아 예후가 좋지 않은 뇌암입니다. 처음에는 병명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치료받는 과정에서 느낀 생각을 중심으로 글을 써 발표하였고, 많은 독자들로부터 응원을 받았다고 합니다. 전세계적으로 독자층이 형성되어 있는 매체에 기사형식으로 발표되었고, 투병과정에 대한 느낌을 담백하게 적어낸 것이 같은 상황을 겪은 독자들의 반향을 이끌어낸 것 같습니다.


불치의 뇌암으로 진단을 받고서 특히 3년 이상 생존한 환자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동거하던 여자 친구와 결혼을 하고 냉동보관한 정자를 이용하여 두 아이를 낳기까지 했다는 이야기를 읽고서는 전공의 시절 생각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임신 말기에 전격성 간염으로 죽음에 이른 산모가 있었는데 가족들은 산모가 죽기 전에 분만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던 것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뇌암으로 진단을 받은 직후에 투병과정을 일기형식의 글로 쓰기로 작정을 하였다고 하는데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고 합니다. 뇌암으로 진단받고 한 달 뒤인 2002912일에 글을 발표하기 시작해서 부정기적으로 이어지다가 미리 써둔 마지막 글이 2005127일자로 발표되고 나흘 뒤에 죽음을 맞았다고 합니다. 투병 초기에 적었던 것처럼 3년을 넘기지 못한 것입니다.


방사전치료와 항암치료 그리고 두 차례에 걸친 수술 등으로 뇌암 병소를 제거하기 위하여 노력을 기울였지만 재발이 이어지다가 병세가 악화되어 결국은 죽음을 맞은 셈입니다. 마지막 글을 보면 이 칼럼을 쓰면서, 암에 무너지지 않고 이기고 살아남을 수 있음을 증명하고 싶었다. 이제 떠나야 하지만 할 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으니까(197)”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이 책의 우리말 제목은 이 대목에서 가져온 것 같습니다. 원제목 <Like a hole in the head>을 우리말로 옮기기가 쉽지 않았을 듯합니다.


처음 글을 발표하기 시작할 때는 글 쓰는 이유가 분명하지는 않았지만, 마무리하는 글의 마지막 대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내가 글을 쓴 덕분에 담배를 끊는 이가 두셋이라도 있고, 그중 금연한 덕에 암을 피하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내가 글을 쓴 보람이 있을 것이다(197)” 생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는 나름 글을 써온 것에 대한 생각이 정리된 듯합니다.


암을 치료하는 과정에 대한 글을 써가면서 글쓴이를 비롯하여 댓글로 응원한 사람들은 암과 싸운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암의 나라에서 온 편지>의 주인공은 폐암으로 진단받고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몸에 생긴 암 덩어리를 싸워서 이길 대상이 아니라 같이 살아갈 운명체로서 이해했고,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5년 이상 생존하는여 완치판정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간에 생긴 암이 폐로 전이되어 말기에 이르렀음에도 완치판정을 받은 한만청교수가 <암과 싸우지 말고 친구가 되가>는 책에 담은 생각을 참고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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