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몸을 살다
아서 프랭크 지음, 메이 옮김 / 봄날의책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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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병리학을 처음 공부할 무렵에는 한 환자가 두 종류의 암을 진단받은 사례가 드물어서 사례보고를 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기대여명이 늘어나고 다양한 치료방법이 발전하면서 서로 다른 종류의 암을 진단받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세 종류의 암을 진단받은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아픈 몸을 살다>39세에 심실빈맥으로 심장이 멈추는 일이 있었고, 40세에는 고환암을 앓은 환자가 투병과정에서의 사유를 담았습니다. 예일대학에서 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캘거리대학에서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아서 프랭크 교수입니다. 암으로 투병하던 시기에 장모님이 역시 암을 앓다고 타계하였다고 하니, 40세 무렵을 폭풍 속에서 보낸 셈입니다. 고환암을 진단받고 치료한 것이 1986년이니까 이제 36년 동안 심각한 건강문제는 없이 잘 지내고 있는 듯합니다.


<아픈 몸을 살다(2002)><몸의 의지로: 질병에 대한 숙고(1991)>의 개정판으로 짐작된다. <몸의 증언(1995)> 역시 자신이 겪은 질병에 관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저자가 자신이 겪은 질병에 관한 이야기를 쓰는 이유를 위험한 기회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질병은 기회이기 때문이라고 서문에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 기회를 붙잡으려면 질병과 함께 조금 더 머물러야 하며 질병을 통과하면서 배운 것을 나누어야 한다라고 하였습니다.


저자는 병이 가져오는 위험 중에 가장 명백한 위험은 경계를 넘어가 죽는 것인데, 이 위험을 피할 수 없는 날이 오고야 했습니다. 하지만 질병에 집착하는 것 역시 질병이 가져오는 위험인데 이는 피할 수 있는 위험이라고 하였습니다. 질병을 핑계로 자신이나 타인과 마주하지 않고 뒷걸음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질병에 계속 매달리지 말고 그저 회복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심장이 멎는 사건은 다행히 심장이 다시 뛰는 바람에 영구적인 손상을 남기지 않았다고 합니다. 당시 주치의와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내가 뭘 말하고 싶은지 몰랐다라고 합니다. 아마도 창졸간의 일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심장마비에서 회복되는데 6개월 이상의 기간이 필요했고, 그동안 원인을 찾기 위하여 스트레스 검사, 혈관조영술 등을 받아야 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저자는 질병은 제약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최선의 경우라도 치료에 시간을 들여야 하고, 활동에 제한을 둬야 하며, 최악의 경우에 질병은 몸을 변형하고 손상하며 정신을 가둔다고 하였습니다.


심장마비를 겪고 15개월이 지날 무렵에는 다시 건강을 되찾았을 수 있었습니다. 이 무렵 자가검사에서 왼쪽 음낭에서 뾰루지 같은 것이 솟아난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진료한 의사는 클라미디아 감염증으로 진단하고 항생제를 처방하였지만 증상이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비뇨의학과 의사도 암을 의심하지 못했지만 그가 소개해준 운동의학 전문의가 암을 의심하게 되었고, 최종적으로 정세포 암이라는 고환암으로 진단되었습니다.


하지만 초음파검사를 한 의사는 환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저 의사가 지금 내게 거대한 종양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 순간 환자는 미래가 사라지는 것 같았다고 합니다. 제 경우는 암을 의심한 비뇨의학과 과장님이 조직검사를 시행하였고, 그 조직검사를 제가 직접 하였는데, 검체를 현미경에 올려놓는 순간 암을 발견하였고, ‘올 것이 오고 말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환암으로 진단되어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저자는 다양한 생각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질병은 싸워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 질병을 부정하는 사람과 인정하는 사람의 차이, 또 환자를 위로하는 사람과 비난하는 사람,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 듣기 등입니다. 앞으로 오랜 시간 이런 상황을 겪게 될 제가 참고할 사항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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