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죽고 싶은 의사, 거짓말쟁이 할머니
바티스트 보리유 지음, 이승재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죽으려고 결심한 의사가 있습니다. 그를 설득해서 자살을 막으려는 할머니가 만났습니다. 할머니는 그를 설득해서 1주일의 말미를 얻게 됩니다. 그녀의 설득이 통하면 그는 자살을 하지 않기로 합니다. 우선 젊은 의사가 왜 죽으려는지부터, 할머니는 젊은 의사가 죽으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부터 궁금해졌습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읽어가다 보면 자살하려는 사람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설득해야 하는지 답이 보일 듯합니다.
두 사람의 만남부터가 의문입니다. 먼저 택시를 잡은 손님을 거절하고 기다리던 택시 기사는 야회복을 입은 할머니였습니다. 할머니가 아내와 같은 향수를 뿌린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외과의사인 젊은이는 병원으로 가달라고 하지만 사라라는 이름의 할머니는 맛이 기막힌 튀김 빵을 먹으로 가자고 유혹합니다. “의사들은 말이야, 의술로 환자들 수명을 늘려주지. 그러는 동시에 대기실에서 죽치고 기다리게 하면서 수명을 깎아먹는다니까. 환자하고 약속 있어?(18쪽)”라는 엉뚱한 질문을 퍼붓습니다. 이어서 당신에게서 관냄새가 풍긴다고 말합니다.
사실 젊은 의사는 아내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던 것에 대하여 본인의 잘못이라고 자책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아내 사후에 외롭다는 생각에 자살을 생각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젊은 의사의 아내는 자신의 사후에 남편이 괴로워할 것을 알았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내가 떠나면, 그러니까 내가 당신 곁에 없을 때, 절망에 빠져 살지 않겠다고 맹세해줘. (…) 누군가 손을 내밀거든,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붙잡는다고. 꼭 약속해줘. 약속 안 지키면 죽기 전에 먼저 미쳐버릴 거야.(154쪽)”라고 다짐을 받기도 합니다.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나야.’라고 말했을 때 목소리를 알아듣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자살을 분명 탁월한 선택이라는 것(27쪽)”이 그가 세운 이론이었습니다. 평소 가깝던 가깝지 않던 지인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을 때 응대를 잘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라는 젊은 의사에게 30일 동안 말미를 주면 자살을 포기하도록 설득하겠다고 제안을 합니다. 밀고당기다가 결국 7일의 말미를 갖기로 합의를 보았습니다. 묘 터를 미리 보여준다거나, 관을 미리 주문한다거나, 어린이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등 말고도 심지어는 살고 있는 집에 있는 집기를 미리 처분하는 등 죽음에 관한 사항을 미리 보여주지만 젊은 의사의 생각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그래도 젊은 의사의 생각은 바뀌지 않은 듯합니다. 마지막으로 헤어지면서 “제가 죽고 나면 정말 보고 싶을 거예요.”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꽃을 사들고 아내의 무덤에 가서 헌화를 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집에 돌아왔을 때 전화가 걸려옵니다.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사라의 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라면서 집으로 와주기를 청합니다.
사라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젊은 의사와 사라가 약속했던 성탄절에 두 사람 사이에 맺었던 협약이 거꾸로 진행된 것입니다. 사라는 젊은 의사의 아내와 암투병의 고통을 나눈 사이었습니다. 아내는 사라에게 남편을 부탁했던 것이고, 사라는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여정이 필요했던 것인데 젊은 의사를 그 여정의 동반자로 삼았던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프랑스 어느 종합병원의 수련의가 쓴 이야기입니다. 프랑스의 의료문화와 우리나라의 그것이 다른 점이 있기 때문에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죽고 싶은 사람과 단 하루라도 더 살고 싶은 사람이 만났을 때 오고갈 것 같은 이야기라는 생각과 함께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의 심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