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오구니 시로 지음, 김윤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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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일본 도쿄에 있는 카페 오렌지 데이 센가와의 특별한 영업일을 소개하는 신문기사를 읽었습니다.(https://blog.naver.com/neuro412/223218459841) 한 달에 한번 치매어르신들이 객장 일을 담당하는 날이 있다고 합니다. 주인이 치매에 걸린 부모님께 객장 일을 맡기면서 시작된 전통이라고 합니다.


치매 어르신들이 객장 일을 맡는 날에는 주문이 틀리는 날로 변한다고 합니다. 주문을 잊어버리거나 주문하지 않은 음료가 제공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불편해하는 손님들은 없다고 합니다. 객장 일을 하고 계신 치매어르신들을 이해하고 그분들의 실수를 받아들이는 분위기이기 때문입니다.


치매에 걸렸다고 해서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놓고 사람들로부터 격리시키게 되면 치매증상이 빠르게 나빠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남아있는 기능을 최대한 살려 사람들 속에서 지내도록 하는 것이 증상이 개선되지는 않더라도 나빠지는 속도를 떨어뜨릴 수가 있는 것입니다.


주문 틀리는 카페 오렌지 데이 센가와의 사례가 특이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우리나라에서도 언젠가 그런 카페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던 기억도 있지만 정부사업의 일환으로 한시적으로 운영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동경에서처럼 민간이 주도하는 그런 업장이 늘었으면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오렌지 데이 센가와의 사례를 닮은 그런 음식점을 기획하고 운영해본 사례를 담은 책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을 도서관에서 발견한 것입니다. 2017년 도쿄의 작은 식당에서 이틀간 열린 기획으로 방송사의 제작자가 주관한 행사가 진행된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 행사가 진행되면서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중국, 프랑스, 싱가포르와 중동국가 등 전 세계 150여개국가에서 관심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 기획은 방송사에서 제작업무를 하는 오구니 시로씨가 진행하던 기획이 갑작스럽게 엎어지는 일이 생기자, 와다 유키오씨의 치매시설을 방문한데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와다씨는 사람으로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유지하게 해주는간병을 기본 이념으로 시설을 운영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와다씨의 시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치매환자가 객장 일을 맡는 식당의 모습을 떠올렸지만 실행에 옮기는 데는 5년에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합니다. 우연한 기회에 이 기획에 관심을 보인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하면서 탄력이 붙어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을 준비하는 실행운영회가 꾸려지고 기획을 구체화시킨 끝에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오구니 시로씨의 특이한 발상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몇 차례 이어졌고, 결과적으로는 상시까지는 아니지만 정기적으로 운영되는 민간사업장이 생기는 토양을 마련한 셈입니다. 치매환자를 여전히 사회의 구성원으로 대하는 성숙한 문화가 자리잡아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업장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는 책읽기였습니다.


다만 이 기획을 준비하고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 참여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 엮다보니 이야기의 전개가 종잡을 수 없어 이야기의 핵심이 쉽게 정리되지 않는 아쉬움은 있었습니다. 제가 두 차례의 개정을 거쳐 최근에 발표한 <치매 고칠 수 있다>의 개정작업을 다시 하게 된다면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의 이야기를 포함시킬 생각입니다. 올해 우리나라의 치매환자가 1백만명을 넘어섰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65세 이상에서 치매유병률이 11%에 달한다고 하는데, 65세 이상인 사람 9명 가운데 1명이 치매인 셈입니다. 제가 처음 치매에 관심을 촉구하기 위하여 1996년에 <치매 바로 알면 잡는다>를 발표하였던 것이 선구적인 일이었던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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