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메론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1
조반니 보카치오 지음, 박상진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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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추천으로 읽게 된 데카메론입니다. 14세기 후반 이탈리아에서 활동한 작가 조반니 보카치오의 작품입니다. 그 무렵 이탈리아에는 흑사병이 대유행을 하여 뒤숭숭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사람들은 흑사병을 피해 숨을 곳을 찾고 싶었을 듯합니다. 보카치오 역시 흑사병을 피해보려는 일곱 명의 정숙한 부인들과 3명의 청년들이 피렌체 근교에 있는 피에솔레 언덕에 모여 열흘 동안 각자 한 편씩의 이야기를 주고받는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이야기를 꾸몄습니다.


구전되는 이야기들을 집대성한 것이라는 점에서 천일야화(千一夜話)와 닮았습니다. 14세기에서 15세기 연간에 시리아에서 만들어진 사본이 있다고 합니다만, 보카치오가 혹여 중동에서 들여온 천일야화의 형식을 참조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프리 초서의 <켄터베리 이야기>(1400년에 초서의 사망으로 미완성 작품으로 남았습니다)도 같은 형식을 갖추고 있는 것을 보면 초서가 데카메론을 참조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떻거나 단테를 숭상한 저자는 <신곡>과 닮은 책을 쓰고 싶었던 것 일수도 있습니다.


<데카메론>‘10동안의 이야기라는 의미입니다. 10명의 젊은 남녀가 각각 10개의 이야기를 발표하는 것처럼 10과 그 배수를 기본구조로 하고 있습니다. 10명이나 되는 인원이 모인 자리인 만큼 회동을 주관할 사람이 필요했을 터인데, 이 또한 10명이 돌아가면서 여왕 혹은 왕이라는 직책을 맡아 진행을 맡습니다. 이야기가 중구난방으로 흐르지 않게 하기 위하여 매일 주제를 정한 것도 독특합니다. 열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순서대로 이야기를 하는 만큼 내가 하려는 이야기를 누군가 먼저 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여섯 번째 날 아홉 번째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그점을 지적하였습니다. 술자리에서 건배사를 이어갈 때 내가 하려던 건배사를 다른 사람이 먼저 하는 당혹스러운 상황처럼 말입니다.


첫날은 주제를 정하지 않고 각자 선호하는 이야기를 발표하기로 하였고, 두 번째 날에는 온갖 고난을 겪은 끝에 행복한 결말에 이르는 모험담을, 세 번째 날에는 오랫동안 원해온 것을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 네 번째 날에는 불행한 사랑이야기, 다섯 번째 날에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한 행복을 얻은 연인들의 이야기, 여섯 번째 날에는 기발한 재치로 위기를 모면한 사람들의 이야기, 일곱 번째 날에는 이러저런 이유로 남자들을 골탕 먹인 여인들의 이야기, 여덟 번째 이야기는 성별 구분 없이 남을 골탕 먹인 사람들의 이야기, 아홉 번째 날에는 다시 각자 마음에 드는 이야기를, 마지막 열 번째 날에는 관대하고 도량이 넓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100개의 이야기를 담은 만큼 다양한 인물과 사건들이 등장합니다. 물론 같은 인물이 다시 등장하는 경우도 있는 것을 보면 당시 피렌체 사람들에게 많은 화제를 뿌린 사람들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등장인물 가운데 피렌체 사람들이 다수인 듯합니다. 하지만 작가가 책에서 읽은 이야기거나 풍문으로 들은 이야기들로 구성한 것으로 보이는 피렌체 이외의 이탈리아 도시 혹은 외국의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100개나 되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처음 들어본 것들입니다만, 두어 개는 분명 어디선가 읽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돈키호테>이던가 <켄터베리 이야기>였을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세르반테스나 초서가 <데카메론>에서 직접 인용하였을 수도 있고, 보카치오가 인용한 자료에서 이야기를 끌어왔을 수도 있겠습니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화자들이 18~28살에 이르는 정숙한 부인들이었다고 합니다만, 여기 등장하는 이야기들의 상당수는 남녀 간의 부적절한 이야기들도 적지 않아 정숙한 부인들도 야한 이야기를 즐겼을까 싶기도 합니다.


기억해두고 싶은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고삐를 느슨히 했을 때 우리를 가장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바로 분노입니다. 분노는 갑작스럽게 맞본 슬픔에서 솟아오르는 돌발적이고 예기치 않은 충동, 바로 그거예요. 분노는 이성을 완전히 추월하고 정신의 눈을 덮어 버리며 우리의 영혼을 광포한 격정으로 몰아넣지요.(데카메론 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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