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죽어감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지음, 이진 옮김 / 이레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불치의 병을 앓게 된 환자가 진단을 받는 순간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는 과정을 다섯 단계로 설명한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연구성과를 최초로 소개한 죽음학의 고전입니다. 죽음의 5단계는 그녀의 후속작을 통하여 알게 되었지만 죽음학 연구의 첫 번째 성과물을 이제야 읽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죽음학을 연구하게 된 것은 1965년 가을 시카고 신학교의 신학생 4명이 찾아와 자신들의 연구기획을 도와달라고 찾아오면서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로스와 신학생들은 불치병으로 죽어가는 환자들과의 면담을 통하여 죽음과 죽어감에 대한 그들의 심리상태와 욕구를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이들이 자신의 환자와 만나는 것을 반대하는 주치의들은 물론 간호사들을 설득하여 환자들로부터 솔직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일주일에 한 번씩 진행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들이 이루어낸 성과가 환자진료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 의료진들이 늘어나면서 면담모임은 규모가 확대되었고, 500여명의 환자를 면담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환자들과의 면담을 진행하면서 로스가 이끄는 연구모임은 불치의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환자들이 1단계에서는 충격을 받고서 아니야.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날 리 없어라면서 진단을 부정하는 입장을 취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다른 의사들을 통하여 진단이 바뀌지 않게 되면 2단계로 왜 하필이면 나일까?”하는 분노의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고 했습니다. 이 시기에 환자는 분노와 광기, 시기, 원한의 감정에 휩싸이게 됩니다. 다음 3단계에서는 환자는 죽음을 미루기 위하여 협상에 나섭니다. 무언가 해야 할 일이 남아있기 때문에 지금은 죽을 수 없으니 죽음을 미루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내보이는 것입니다. 다음 4단계는 우울의 단계입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과 모든 이들을 두고 죽음을 맞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우울에 빠져드는 것입니다. 마지막 5단계에 이르면 우울마저도 뛰어넘어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불치의 병을 진단받은 환자가 5단계를 거쳐 죽음에 이른다고 설명하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5단계 모두를 반드시 거치지 않거나 선후가 바뀌는 환자도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연구진이 죽어감에 대한 연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암을 치료하는 수단이 그리 다양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다양한 수단이 개발되기 전이라서 많은 환자들이 암으로 진단되었을 때 이미 말기에 이른 경우가 많아서 하면 곧 죽음을 의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궁경부암을 비롯하여 갑상선암, 위장관암 등 건강검진을 통하여 암이 시작되기 이전인 전암상태를 진단하게 되거나 암이라고 하더라도 초기 상태에서 발견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수술을 통하여 병소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으로 치료가 종료되기도 하고, 더 진행이 되었다 하더라고 항암제를 사용하거나 방사선을 쬐어 암세포들을 사멸시킴으로 해서 완치에 이르도록 하는 치료법들이 개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최근에는 암질환을 불치의 병이라기보다는 만성질환으로 다루기도 합니다.


로스 연구진과 면담을 가진 환자들이 제기한 문제점 가운데 의료진들이 환자와 충분히 소통하지 않는데서 오는 문제점들이 더 많이 드러났던 것 같습니다. 특히 환자에게 병에 대한 정보나 치료법에 대한 이야기를 환자와 공유하지 않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환자에게 말을 해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을 환자와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로 바뀌어야 한다.(62)“라는 대목이 나오기도 했을 것입니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수행하고 있는 환자경험평가를 통하여 의료진이 환자와 정보를 얼마나 공유하고 환자를 인격적으로 대하는지를 평가하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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