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병동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37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이영의 옮김 / 민음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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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방 오지앙의 <나의 길고 아픈 밤>에서 인용한 것을 보고 읽게 된 책입니다. 1967년에 발표되어 1970년에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책입니다. 오래 전부터 읽어보려 했던 것을 이제야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붕괴되기 이전의 소련의 타슈켄트(현재의 우즈베키스탄의 수도)에 있는 병원을 무대로 하고 시기적으로는 이오시프 스탈린이 사망한 이후입니다. 암병원이니만큼 다양한 상병의 암환자를 비롯하여 이들을 진료하는 의사, 간호사, 청소부 등 다양한 직종의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환자들은 십대 소년으로부터 노인에 이르고, 수용소에 수용되어 있던 유형수에서 고위공직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이들은 다만 암을 앓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방사선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입원하고 있는 병실에서 일어난 일을 차례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암환자가 이 병원에 입원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진료하는 의료진들은 최대한 환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하여 애쓰고 있습니다. 환자들은 가족들이 찾아오거나 지원을 아끼지 않지만, 나이가 많고 적거나 사회적 지위와 배경에도 불구하고 병원에 입원하는 순간 입원 전의 삶과는 전혀 다른, 암치료와 관련된 삶으로 바뀌게 됩니다. 1960년 전후의 시기였던 만큼 암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수술, 항암제, 항호르몬제, 방사선치료 등이 적용되고 있는데, 항암제를 이용한 치료방법은 그리 많지 않아 주로 수술과 방사선치료가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양한 치료방법들이 사용되고 있는 요즈음에는 대부분의 암들이 치료가 가능한 까닭에 만성질환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말기암조차도 완치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곳 암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은 대부분 초기 단계를 넘어선 상태로 불치의 병이라는 암과 싸워야 하는 상황입니다. 암은 곧 죽음을 의미하는 까닭에 어떤 환자는 절망과 분노에 휩싸여 의료진의 처치에 저항하기도 하고, 어떤 환자는 암과의 투쟁에 적극적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종합병원에 입원했던 환자들을 대상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의 경험을 들어서 해당 병원들의 진료수준을 평가하는 환자경험 적정성평가라는 것을 하고 있습니다. 평가항목으로는 환자들이 치료방법의 결정에 얼마나 참여하고 있는지, 의료진은 환자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하고 있는지 등이 포함됩니다.


그런데 <암병동>에 등장하는 의료진들은 환자들에게 치료방법을 제대로 설명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환자가 의료진이 결정한 치료방법에 동의하지 않으면 퇴원시키기도 하는데 한번 퇴원하면 다시 입원하는 것이 쉽지는 않기 때문에 환자들로서는 의료진이 결정한 치료방법에 따를 수밖에 없는 듯합니다. 다만 의료진들은 나름대로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치료법을 적용하려 노력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솔제니친은 대학을 갓 졸업하고 장교로 임관되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는 와중에 스탈린에 대하여 비판했던 것이 밝혀지면서 체포되었습니다. 8년의 강제노동형과 3년의 유형을 선고받아 모스코바에서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 등지의 강제노동수용소와 유형지를 전전하면서 스탈린 치하의 공포정치의 실체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와중에 악성 종양으로 진단되어 죽음의 목전에 이르렀지만 다행히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암병동>에는 솔제니친 자신이 경험한 암병원과 유형지 등 소련 사회의 암울한 분위기까지 담겨있습니다.


암으로 죽음에 이르렀던 만큼 솔제니친은 완치된 이후의 삶은 신으로부터 덤으로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덤으로 주어진 삶에서 신이 자신에게 부여한 임무, 즉 소련에서 벌어진 일들을 작품을 통하여 세상에 알리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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