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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퍼 A-Z
얼프 퀴스터 지음, 박상미 옮김 / 한길사 / 2023년 4월
평점 :
금년 4월부터 국립미술관에서 열린 에드워드 호퍼 전시회에 즈음하여 출간된 책입니다.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던 화가의 작품전이 한국에서 열린다고 해서 저도 가보았습니다. 이 책은 전시회에 가기 전에 사서 읽었습니다.
<호퍼 HOPPER A-Z>는 독일 태생의 미술사학자이자 2004년부터 스위스 리헨에 있는 바이엘러 재단의 수석 학예사호 활동한 얼프 퀴스터(Ulf Küster)가 2020년 에드워드 호퍼전을 기획하면서 전시회의 보충자료로 준비한 것이라고 합니다. 제목 그래도 에드워드 호퍼에 관한 중요한 사실을 모두 담았다는 의미의 제목인 것입니다.
호퍼는 오늘날 가장 대중적인 미국의 현대화가로 알려졌지만 그의 삶은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합니다. 호퍼는 초년에는 삽화가로 생계를 꾸리다가 1920년대 이르러서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저자는 <호퍼 HOPPER A-Z>에서 적지 않은 호퍼의 작품을 소개하면서도, 작품보다도 화가의 생애와 삶에 무게를 두었습니다. 화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려면 그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동안 다양한 미술평론을 통하여 익숙해진 호퍼의 대표작들은 당연히 소개되어 있습니다만, 처음 보는 작품들도 다수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된 호퍼의 작품들이나 국립미술관에서 열린 호퍼 전시회에 전시된 작품들을 보면 정말 미국적인 풍경을 사실주의적으로 표현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 역시 미국에서 2년 정도 살았고, 이러저러한 이유로 미국을 자주 방문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만, 호퍼의 작품에 담긴 풍경을 제대로 느껴볼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이 작품을 보면 기시감이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옮긴이가 ‘호퍼의 창문을 들여다보듯 호퍼의 세상을 들여다보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밝힌 것처럼 자동차를 타고 미국을 여행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데 호퍼는 여행을 통해서 영감을 얻기를 기대했다고 합니다. 저도 미국을 동서남북으로 여러 차례 여행했습니다만 그만그만한 풍경이 지루하다는 느낌밖에 남은 것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랜드 캐년 등 콜로라도의 국립공원이아 나이애가리 폭포와같은 놀라운 경관도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하여 오늘날의 에드워드 호퍼를 있게 한 사람은 화가의 부인 조세핀 호퍼라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그녀 역시 화가였지만 남편을 내조하는데 주력하다보니 자신의 작품세계를 일구어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결국 조세핀은 호퍼의 모델 혹은 조수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에드워드 호퍼전에서는 그의 대표작 가운데 빠진 것이 적지 않았지만, 작품을 준비하면서 제작한 소묘 연작 등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자료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걸려있는 작품들을 돌아보고 나오다보면 호퍼의 작품세계를 소개하는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 이 또한 호퍼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보니 호퍼 전시회에 가기 전에 구입했던 또 다른 책 <빈방의 빛>과 마찬가지로 <호퍼 HOPPER A-Z> 역시 박상미님이 우리말로 옮겨 소개하였습니다. <빈방의 빛>은 에드워드 호퍼를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한 셈이 되는 책이었다고 합니다. 에드워드 호퍼에 관한 한 박상미님은 전문가라고 하겠습니다. 덕분에 호퍼에 관하여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