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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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하고 있는 부서에 읽고 난 책을 내놓아 작은 도서관을 만들었습니다. 그동안 일하던 직장에서 세 번째 만드는 작은 도서관입니다. 함께 일하는 분들도 동참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작은 도서관에 기증된 천명관 작가의 <고래>를 읽었습니다. 천명관의 고래는 2004년 제10회 문학동네 소설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안타깝게도 수상에는 실패했습니다만, 2023년 인터내셔널 부커상에 후보가 되었다고 해서 읽은 것은 아닙니다.


문학동네 소설상을 심사한 소설가 임철우교수가 심사평에서 처음엔 낯설음과 기이함, 동시에 상당한 당혹스러움과 저항감을 안겨주며 시작되는소설이라고 적은 그대로의 느낌이 들었던 책읽기는 읽기를 마치고도 그런 느낌이 오래 남았습니다.


붉은 벽돌의 여왕으로 세상에 알려졌다는 춘희가 무려 팔백 명이 희생된 대화재의 방화범으로 체포되어 오랜 세월을 교도소에 수감되었다가 풀려난 대목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춘희가 주인공일 것이라는 생각에서 읽기 시작했지만 오히려 이 책의 주인공은 춘희의 생모 금복의 파란만장한 삶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습니다. 물론 대극장을 지은 붉은 벽돌을 제작한 것은 춘희가 맞지만 붉은 벽돌을 만드는 벽돌공장 평대벽와를 세운 것은 금복이고, 원형의 평대벽와를 만들어낸 것은 문씨이니 춘희가 공을 독차지하는 것이 옳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금복의 삶은 물론 금복과 춘희, 그리고 국밥집 노파와 애꾸인 딸, 쌍둥이 자매 등, 금복의 삶에 엮여드는 여인들의 삶 또한 지난하기만 합니다. 시대적 배경이 해방 전으로부터 6.25동란 이후에 걸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근대 여인 잔혹사라고 할 만합니다. <고래>에 등장하는 여인들이 겪어내는 이야기들은 한번쯤을 읽거나 영화 혹은 연속극을 통해서 들어본 듯한 기시감이 느껴집니다. 작가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모아 절묘하게 엮어 한편의 대하소설을 완성한 것 같습니다. 작가의 이야기 수집벽이 대단하다고 하신 분은 이야기들이 매혹적이라고도 했지만,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대단한 수집벽에는 공감하지만 그 이야기들이 매혹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이야기는 평대라는 가상의 마을을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전란을 모를 정도로 외진 곳이라고 하였지만 기차역이 있었다는 것을 보면 과연 그랬을까 싶습니다. 금복의 삶을 따라갈 때는 외지로 나가는 것이 수월치 않은 산골마을과 그런 산골에서 생선장수를 따라 도망친 갯마을이 덤으로 따라 나옵니다.


1부 부두와 2부 평대는 주로 금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그리고 3부는 금복이 극장에서 일어난 화재로 죽은 뒤에 방화범으로 몰려 교도소에 수감된 춘희의 이야기입니다.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대체적으로 거칠기도 하고 가끔은 비현실적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야기의 대단원이 마무리되는 에필로그 둘의 마지막 장면이 그렇습니다. 세상사람들로부터 잊힌 벽돌공장에서 벽돌을 굽다가 죽음을 맞게 된 춘희가 어린 시절 함께 했던 코끼리 점보의 등에 타고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우리가 어디로 가는 것이냐는 춘희의 질문에 점보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곳. 아주 먼데라고 답합니다. 생전에 어머니 금복은 물론 세상사람들로부터 진한 사랑을 받아보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보고 싶은 사람들이 가 있을 곳으로 가지 않고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곳으로 가는 것도 의외입니다.


상상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가다 보니, 둥근 지구가 눈에 들어오고 이어서 푸른 구슬이 되었다가 점점 작아지고, (이 장면은 보이저 1호가 지구로부터 61떨어진 곳에서 찍은 사진을 이야기하는 창백한 푸른 점을 떠올립니다) 결국 성간의 바다에 도달합니다. 작가는 이곳을 깊은 바다 속같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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