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 - 못다 깐 근육과 신경 이야기 한빛비즈 교양툰 25
압듈라 지음, 신동선 감수 / 한빛비즈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의과대학에 입학했구나하는 실감을 처음 느꼈던 시간은 바로 해부학 수업이 시작되면서였습니다. 제가 다녔던 가톨릭 의과대학은 본과에 들어가서 시작하는 해부학 수업을 예과2학년 2학기부터 시작했습니다. 교과서로 쓰던 <그레이 아나토미> 책의 원서는 무게만도 5정도였는데, 두께도 한 뼘 가까이 되기 때문에 손목을 안으로 감아 쥐어야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해부학 수업이 있는 날 <그레이 아나토미>를 손에 들고 집을 나서면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해부학은 의학 공부의 시작입니다. 일단 인체의 구조를 알아야 인체를 구성하는 장기들이 어떻게 조하를 이루는지, 그리고 그 조화가 깨졌을 때는 어떤 증상을 보이는지 이해할 수 있는 것이고, 수술이라도 할라치면 수술해야 할 장기의 해부학적 구조를 꿰고 있어야 제대로 시술을 할 수가 있습니다.


해부학을 공부할 때는 의학을 공부하는 사람만의 전유물(?)일 것이라는 편견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역사적으로 그림이나 조각 등의 예술분야에서도 인체의 구조를 잘 이해해야 한다고 합니다. 또한 의복이나 구두를 만드는 분들 역시 연관된 부분에 대한 해부학을 잘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최근에는 운동 분야에서도 해부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실력을 향상시킨다고 합니다. 사실 의과대학에서도 해부학을 전공하는 의사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어렸을 적에는 만화를 아주 좋아했습니다만, 요즈음 젊은이들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을 책을 읽기보다 만화를 통하여 더 쉽게 이해한다고 합니다. 한빛비즈의 교양툰 연작이 바로 이런 취지에서 기획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는 한빛비즈의 교양툰 연작이 내놓은 해부학에 대한 만화입니다.


작가는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지어준 압듈라라는 예명을 사용합니다만, 무슨 의미인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체육대학을 졸업하고 운동생리학과 해부학이 최애 학문이라는 작가는 만화작가로 등단하면서 해부학을 만화로 만들어 재미를 본 것 같습니다. <!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로 작가를 처음 만났습니다만, 사실확인이 잘 되어 있고, 곳곳에서 번득이는 작가의 재치는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습니다.


예를 들면, 해부학의 역사를 다루는 장의 제목 먼 나라 해부학 이웃 나라 해부학은 이원복 작가의 만화 <먼 나라 이웃 나라>에서 가져온 듯합니다. 그리고 관절을 설명하는 그림 가운데는 유명한 비틀즈의 앨범 표지 그림을 살짝 변형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골반바닥의 해부학을 설명하는 장면에 등장하는 스핑끙스는 그리스 비극 <오이디푸스 왕>에 등장하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가져왔습니다.


사실 해부학에는 인체의 다양한 조직들을 다루는 세부 분야가 많이 있습니다. 해부학을 공부할 때 제일 먼저 골학을 배우고 이어서 근육학, 혈관학을 배운 다음에 심장, , 위장관, 비장, 간장, 비뇨생식기 등 장관들을 배웁니다. 신경해부학은 워낙이 복잡해서 따로 배웠습니다. 이렇듯 방대한 해부학을 <까면서 보는 해부학>에 이어 <!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에서 다뤄냈다는 것은 참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책에서 유일하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 대목이 있었습니다. 바로 사람의 70%’는 물이라는 대목입니다. 인체의 구성요소 가운데 물이 70%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10 명 중에 7명은 실은 사람 행세를 하는 물이라는 것이라는 설명이 옳은가 하는 것입니다. 하나의 개체의 구성을 가지고 개체군을 나눌 수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제목을 해부학입니다만, 조직학, 세포학, 발생학 등 해부학의 세부 분야를 넘나들면서 인체의 신비함을 설명하고 있어 해부학에 대한 작가의 진심을 알 듯도 합니다. 해부학에 관심을 가지신 분들이라면 일독을 권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