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다움의 순간들 더 갤러리 101 1
이진숙 지음 / 돌베개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위대한 미술책>에서 소개된 책들을 따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곰브리치의 <서양 미술사>, 질 들뢰즈의 <감각의 논리>, 존 버거의<본다는 것의 의미>, 움베르트 에코의 <미의 역사><추의 역사>, 수전 손태의 <사진에 관하여><타인의 고통>, 오주석의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2>와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 작가가 소개한 62권의 책을 모두 읽지는 못했지만 나름 따라 읽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이진숙의 <인간다움의 순간들>은 아내가 고른 책읽기에 동참한 책읽기였습니다. 이 책은 <더 갤러리 101>이라는 연작의 첫 번째 책입니다. 르네상스로부터 21세기 초반에 이르는 시기의 예술가 101명의 미술작품 속에 담긴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저자는 기획의도를 설명하면서 예술가들이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포착하고, 새로운 미학 속에서 인간의 풍부함을 드러낸 것이 미술의 역사다라고 하였습니다. 마르셀 푸르스트의 말대로 예술을 그 한 편 한 편이 저마다의 세계라는 것입니다.


<인간다움의 순간들>에서는 르네상스, 매너리즘, 바로크, 로코코,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에 이르는 시기의 예술가들을 다루었습니다. 첫 번째 등장하는 인물은 15세기 초의 화가 마사초의 <에덴동산에서의 추방>이라는 그림에서 다룬 아담과 이브입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태초의 인간으로 인간다움을 보여주는 최초의 인간인 셈입니다. 낙원이라고 생각했던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두 사람의 모습에는 낙원을 잃은 허무함이 진하게 느껴집니다. 낙원에서 쫓겨나는 두 사람을 따르는 것은 그림자뿐이라고 작가는 말합니다.


물론 중세 천년 동안 그려진 적이 없는 그림자를 마사초가 처음 그려 넣었다는 관점에서 보면 미술이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다, 즉 인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자라났다는 데 저가는 방점일 찍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선악과를 따 먹음으로서 알게 된 무엇 역시, 낙원에서 쫓겨난 상실을 충분히 보상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두 번째 이야기는 원근법에 관한 내용입니다. ‘지나친 성취욕이 일을 망치는 경우가 있다는 말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새로운 기법이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그것을 익히고 발전시키기 위해 전력을 다하게 되는데, 그러다보면 왜 그러는지도 모르고 몰두하게 되는 시점이 온다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하는 일상에 아무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는 절대로 새로운 무엇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앞서도 마르셀 푸르스트의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저자는 보티첼리를 이야기하면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끌어왔습니다. 예술적 감식안이 뛰어났던 샤를 스완이 오데트란 여인에게 빠져든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입니다. 스완이 오데트를 만났을 때 보티첼리의 <모세의 일생>에 그려진 모세의 아내 세포라를 닮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두 번 읽고 있는 중입니다만, 그런 대목이 기억에 남아 있지 않은 저와는 달리 이 책의 저자는 차원이 다른 책읽기를 해왔구나 싶었습니다.


독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러시아를 여행하면서 들렀던 트레차코프 미술관에서 감명을 받아 미학을 새로이 공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늦게 배운 도둑이 밤새는 줄 모른다는 우리네 옛말처럼 미술사와 미학의 영역에서 저자는 대단한 재능을 보여주고 계신 듯합니다. 그녀의 책을 읽다보면 책, 영화, 노래 등, 놀랄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서 끌어오는 이야기의 소재들을 자신의 생각에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어 부럽다는 생각과 따라해 보고 싶다는 염원이 생겨납니다. 33명의 예술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함께 인용한 예술가들의 작품까지 포함하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작품들이 등장하는 것도 놀랄만합니다. 그 중에는 이미 알고 있는 작품도 있지만 처음 대하는 작품이 대부분인지라 미술에 대한 앎의 폭을 넓히는기회가 된 책읽기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