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이 많아요, 술이라서 - 8인 8색 여자들의 술 에세이
김지선 외 지음 / 새벽감성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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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처럼 어려서 술심부름으로 막걸리를 받아오면서 한 모금 마셔보았던 것으로 술을 시작하신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오랜 세월 술을 마셔오면서 좋았던 기억도 있지만 차마 이야기도 꺼내기 어려운 부끄러운 일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술과 엮인 이야기를 적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읽어보게 된 책입니다. ‘우리 딱 한잔만 할래요?’라고 표지에 적힌 글에 끌렸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요, 술이라서>라는 제목의 이 책은 “‘하면 어떤 술이 떠오르는 순간, ‘하면 어떤 사람이 떠오르는 순간, ‘하면 어떤 장소가 떠오르는 순간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글쓰기에 참여한 여덟 여성들의 이야기를 묶었습니다. 두 꼭지의 글을 쓴 한 분을 제외하고 나머지 일곱 분이 세 꼭지의 글을 써낸 것이라든지, 몇 분은 처음 책을 내셨다고 적은 것 등을 보면 글쓰기 모임에서 기획한 출판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는 글은 여덟 분 모두의 이름으로, 닫는 글을 여덟 분이 각자의 이름으로 적었는데, 이 책을 세상에 내놓은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합니다. “옆집 언니의 잔잔한 일상을 엿보듯, 술 마실 때 언니들의 공감되는 다양한 경험을 경청하듯 우리의 언어로 풀어낸 이 글들로 당신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우리 딱 한 잔만 할래요?’”라고 적은 여는 글의 마무리가 그 이유일까요?


여덟 분의 작가들은 나이도 다양하고, 하시는 일도 다양한 듯합니다. 공통점이라고는 술을 좋아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없어 보입니다. ‘술에 대한 글을 쓰며 나는 너무나 행복했고, 더 행복해질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이들도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하신 분도 있지만, 이 책을 읽고 행복해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여자 분들과 술을 마실 때 지켜야 할 무엇을 깨닫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앞서도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남에게 밝히는 것이 꺼려질만한 이야기를 거침없이 써내려간 것을 읽으면서 저도 용기를 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지인 가운데 평생 마셔야 하는 주량을 채웠다는 이유로 지금은 술을 마시지 않는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아직도 주량을 다 채우지 못했는지 술을 끊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하고 싶은 말이 많아요, 술이라서>라는 이 책의 제목대로 술에 얽힌 이야기만 풀어내도 여러 권의 책이 될 것 같습니다.


글을 쓴 이들이 많은 까닭인지 글의 형식도 다양해서 좋았습니다. 수필의 다양한 형식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다만 책의 형식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스물세 개나 되는 이야기를 누가 썼는지 쉽게 알지 못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책의 말미에 붙여놓은 작가의 말에 각주처럼 각자 쓴 글의 제목을 달아놓았을 뿐이고, 그마저도 작가 순으로 편집되어 있지 않고 뒤섞여 있습니다. 글에는 각자 살아온 삶의 결이 지문처럼 새겨질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작가의 말을 말미가 아니라 서두에 두었더라면, 그리고 뽑기를 해서라도 정한 순서에 따라 작가별로 쓴 글을 모아두었더라면 책을 읽는 재미가 더했을 것 같습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여성분들이 다양한 경험을 글로 풀어냈다고 하는 여는 글의 기획의도를 잘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요?


일부의 글에는 함께 하신 분들의 생각을 붙여놓은 것을 보면, 각자 써낸 글을 서로 읽어볼 기회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여러 사람이 쓴 글을 묶어 한 권의 책으로 묶는 작업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만, 그때는 책이 나온 뒤에서야 다른 분들의 글을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고 궁금한 것은 우리 딱 한 잔만 할래요?”라는 닫는 글귀의 의미입니다. 이 책을 만든 여덟 분들이 술친구를 청하시는 것인지, 아니면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각자 알아서 한 잔만 마셔보라는 말씀인지 헷갈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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