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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는 여자다 - 여성주의 관점으로 '위안부' 역사를 복원하다 ㅣ 열다 페미니즘 총서 6
캐롤라인 노마 지음, 유혜담 옮김 / 열다북스 / 2020년 7월
평점 :
“여성주의 관점으로 ‘위안부’ 역사를 복원하다”라는 부제를 달았지만, 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의 캐롤라인 노마 교수가 쓴 <위안부는 여자다>는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에 일본군이 운영한 위안소의 실태와 그 역사적 배경을 천착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한국판 서문에서 “이 책은 ‘위안부’로 억류된 여자들이 감내해야 했던 피해의 기저에는 전쟁과 군국주의보다도 성착취와 포르노라는 바로 그 남성 우월적 제도가 깔려있다고 지적하는 책이다”라고 이 책의 성격을 요약합니다. 저자는 서문에 이어지는 ‘개요: 첫 번째 피해자’를 “1937년부터 1945년까지 중일/태평양 전쟁이 펼쳐지는 동안 일본군은 여러 나라에서 수만 명의 여자를 끌고 와 성노예제를 운용했으며, 그중 한국 여성 피해자들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두 전쟁 기간 동안 군 성착취 업소와 ’위안소‘로 인신매매된 일본 여성 피해자들은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 책은 일본 본토와 오키나와, 일본 식민지 및 점령지, 해외 전방의 군 성착취 업소에서 노예로 생활해야 했던 일본 여자들의 역사를 서술한다.(23쪽)”라고 시작합니다.
실제로 일본에서 발표된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중일/태평양 전쟁이 발발하기 전부터 일본 사회에서 행하여지던 다양한 성매매 업소(저자는 이를 성착취 업소라고 합니다)의 행태를 소개하고, 이런 업소들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만과 같은 식민지에도 퍼트렸다는 것입니다. 전쟁 초기에는 일본 국내에 있던 이런 업소에 있던 여성들을 군부대로 차출해 보내는 형식을 취하였지만, 전선이 확대되고 군인이 늘어나면서 위안부 여성들의 수요도 늘어났고,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만으로는 충족할 수 없어 일본 및 한국과 대만 등의 식민지, 심지어는 점령지에서도 여성들을 감언이설로 속이거나 인신매매의 형식으로 모아 군 위안소에 보냈다는 것입니다.
전쟁 전 일본 남성들의 성과 관련된 행동들이 전쟁을 통하여 강화된 것은 전적으로 일본사회의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이런 현상을 가부장 제도를 통하여 공고해진 남성우월주의의 소산이라는 저자의 주장입니다. 사실 예수님 말씀에도 막달라 마리아라는 창녀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여성들의 성매매의 역사는 상당히 옛날로 올라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고대 신전의 여사제의 역할 가운데 신전을 방문하는 남성에게 성을 제공하는 것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보면 전쟁이 일어났을 때 병사들이 민간인 여성들을 강제로 범하였다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일상적으로 벌어졌던 것으로, 외적이 침입했을 때 정절을 지키기 위하여 자살을 선택한 여성들의 사례를 백제가 패망할 때 삼천궁녀가 백마강에 몸을 던졌다는 고사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쟁으로 혹은 사회가 혼란에 빠졌을 때 호구지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여성들이 성매매에 나섰다는 사실을 소설을 비롯하여 다양한 기록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일본사회에서의 다양한 형식의 성착취 업소가 전쟁 당시 군이 앞장서서 위안소를 운영하기에 나섰던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군 위안부의 문제를 떠나서 민간부문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성착취(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는 주장을 세운 것으로 보입니다. 성착취의 근본 원인은 가부장제에서 발전해온 남성 우월주의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최근에 일본에서는 한국에서 유학온 남성들을 고용하여 여성들에게 성을 제공하는 업소가 등장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이런 업소가 활황을 보인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업소들은 남성우월주의에 바탕을 둔 업태라고 할 수 있을까요? 여성주의 관점에서 이런 업소들의 등장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