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아사다 지로 지음, 정태원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철도원>의 작가 아사다 지로의 소설 <지하철>을 읽었습니다. 요즈음 지하철과 전철로 통근을 하고 있어서거나 혹은 기차에 관한 자료를 찾고 있어서 눈길을 끌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전철과 지하철 망도 외국의 어느 도시의 그것과 비교하여 뒤떨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하철>은 도쿄의 지하철역에 있는 사무실을 근거로 의류와 잡화를 다루는 직장에 다니는 남자가 겪는 시간여행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신지 사키치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밑바닥에서 시작하여 세계적인 기업을 일구어낸 고누마 사키치의 둘째 아들입니다. 아버지에게 반항하던 형은 중학교 2학년에 가출한 뒤에 지하철에 뛰어들어 자살을 하고, 신지 역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가출하여 독립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인연으로 만난 오카무라 사장 밑에서 중년이 되도록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우연히 동창회에 갔다가 만취하게 된 신지는 지하철을 타게 되는데, 중간에 사고가 나는 바람에 빙 돌아서 집에 가야 했습니다. 어떻게 하여 내린 지하철에서 나와 보니 삼십 년 전의 시점으로 거슬러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다음날 출근하여 아카무라 사장과 연인관계인 디자이너 미치코에게 그 이야기를 하였는데, 두 사람 모두 신지의 시간여행을 이해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미치코의 경우는 신지와 같은 꿈을 통하여 과거로의 여행을 함께하게 됩니다.


시간여행에서는 현재로부터 다른 시간으로 가는 출입구가 있기 마련입니다. <지하철>에서는 바로 지하철의 특정한 구역이 그런 출입구가 되는 셈입니다. 신지가 과거로 돌아가 처음 시도한 일은 형의 죽음을 막으려 한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로 돌아왔을 때 변한 것이 없는 것을 보면 신지의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했던가 봅이다. 그 이유는 뒤에 설명이 됩니다.


신지와 미치코의 시간여행은 같은 뿌리를 찾아가는 여행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같은 아버지를 둔 배다른 형제였던 것입니다. 흔히 시간여행의 금기사항으로 방문한 곳에서 역사를 바꾸어놓을 짓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신지가 형의 죽음을 막으려는 시도는 실패했지만 미치코는 자신의 존재를 지워버리고 말았습니다.


우리나라도 언젠가부터는 지하철이나 전철의 승강장을 폐쇄하는 구조를 갖추었습니다. 아마도 승강장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이 철로로 떨어져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반복되었기 때문에 마련된 대책으로 알고 있습니다. 언젠가 일본에서 열린 학회에 간 적이 있는 데 학회장으로 이동하기 위하여 전철역으로 향하다가 승강장에서 철로로 떨어진 사람이 목숨을 잃는 사고를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지하철>에서 신지의 형이 택한 자살 방식이 일본에서는 흔한 일이었던가 봅니다.


신지의 시간여행은 지하철을 타는 것 말고도 꿈을 통하여 과거로 거슬러가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지하철을 통하여 갈 수 있는 장소였기 때문일 것이고, 나중에는 고누마 사키치가 출전한 만주로 향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 있도록 만든 장치가 아닌가 싶습니다.


고누마 사키치가 징집되어 입대하는 장면에서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 지하철역까지 나가 환송하는 모습을 보면서 일제가 우리나라에서도 젊은이들을 뽑아 전선에 내보낼 때도 같은 행사를 벌였다는 이야기를 읽은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 풍습은 해방 이후에도 꽤 오래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자식이나 친구가 입대할 때는 역에까지 나가 환송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훈련소에까지 따라가기도 했던 것입니다. 요즘에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어지는 시간여행에서 만나는 젊은이가 바로 독선과 고집 그리고 폭력으로 일관하는 냉혈한으로 각인된 아버지의 젊었을 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아버지의 삶을 이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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