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배우는 불멸의 역사 - 연금술사에서 사이보그까지, 인류는 어떻게 불멸에 도전하는가 한빛비즈 교양툰 19
브누아 시마 지음, 필리프 베르코비치 그림, 김모 옮김, 홍성욱 감수 / 한빛비즈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필자가 보건의료 누리망신문 라포르시안에서 <양기화의 BOOK소리>라는 인문학 분야의 독후감을 연재할 무렵 <찬란하고 쓸쓸하도깨비>라는 연속극을 방영하였습니다. 요즘에도 재방송을 하면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고려 말 장군으로 환관의 음모에 걸려 죽음을 당하고 935년 동안 도깨비라는 불멸의 존재로 살다가 무()로 돌아갑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죽음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불멸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영생을 꿈꾸었던 대표적인 인간으로 진시황을 떠올리는 것은 그가 영생의 묘약을 찾기 위하여 동방으로 사람을 보냈고, 그 동방이 바로 조선이었다고 해서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진시황 말고도 영생을 꿈꾼 사람이 또 있었을까요? 그런 의문을 가진 분이라면 꼭 한번 읽어봐야 할 책이 있습니다. 그것도 만화입니다.


프랑스의 언론인이자 수필가인 브누아 시마가 글을 쓰고 역시 프랑스의 창작 만화가 필리프 베르코비치가 그림을 그린 <만화로 배우는 불멸의 역사>입니다. 한빛비즈의 과학분야 교양툰으로는 여덟 번째로 나온 작품입니다. 만화에서 불멸의 역사를 설명하는 화자는 영국의 수학자이며 컴퓨터과학의 선구자인 엘런 튜링입니다. 화자는 과학기술을 통하여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지적 운동을 트랜스휴머니즘이라고 설명합니다. 인간이 생물학적 한계를 뛰어넘어 불멸의 존재를 꿈꾸는 것이 대표적인 트랜스휴머니즘의 예입니다.


화자는 불멸을 꿈꾼 사람들의 뿌리를 찾아 기원후 2세기 무렵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로 독자를 안내합니다. 바로 초기 기독교의 첫 번째 이단인 그노시스파입니다. 물질세계는 허구이며 정신세계야말로 신이 창조한 올바른 세계라고 믿었습니다. 불완전한 육체로부터 영혼을 분리해내는 것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지금의 시각으로 보아도 사교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이단으로 몰렸지만 그노시스파의 이원론은 후대의 사상과 종교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기독교에서 영생을 노래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습니다.


종교적 관점에서 시작된 불멸을 이루기 위하여 과학적으로 접근해보려는 연금술이 탄생하였습니다. 연금술을 3세기 무렵 역시 알렉산드리아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연금술이 발전하면서 과학적인 발견이 이어졌습니다. 15세기 무렵에는 기계인간을 만들어내려는 시도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요즘으로 치면 로봇과 같은 것이겠지요. 20세기에 들어서면서는 인공생식을 통하여 인간을 발생시킨댜는 개념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전산과 정보과학이 발전하면서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이 탄생했고, 기계공학의 발전으로 로봇이 정교해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유전공학의 발전으로 유전자를 조작하는 기술도 등장했습니다. 세상이 이렇듯 변화하면서 인간이 불멸을 이루는 것이 꿈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초기 기독교에서 영혼의 영생을 얻어 부활할 것이라는 개념이, 살아오면서 얻은 모든 기억을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에 옮기면 불멸을 이루게 된다고 믿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모든 인간이 불멸의 존재가 될 수 있을까요? 누군가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언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는 탓인지 죽음에 대하여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멸의 존재를 꿈꾸고 있지는 않습니다. 필멸의 존재는 죽음으로서 존재의 의미를 다하는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생명체는 죽음을 맞기 때문에 그의 일생이 아름다울 수도 있는 것 아닐까요? 불멸으 존재가 되어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하는 생활을 반복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습니다.


불멸의 역사를 짚어보고, 앞으로 전개될지도 모르는 불멸의 세계를 예견하면서 과연 그런 삶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책읽기가 될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