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원의 도시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1
코맥 매카시 지음,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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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예쁜 말들>, <국경을 넘어>, <평원의 도시들> 등 코맥 매카시의 국경 3부작중 세 번째 작품을 읽었습니다. 이 작품에는 <모두 다 예쁜 말들>의 주인공 존 그래디와 <국경을 넘어>의 주인공 빌리 파햄이 함께 등장합니다. 두 사람은 앨파소 부근에 있는 맥의 작은 목장에서 일합니다. 목장에서 일하는 목부들의 일상이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시시콜콜 그려집니다.


야생마를 길들이고 소를 돌보는 일을 합니다만, 목장은 점차 황폐해집니다. 군대가 목장을 수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그럼에도 이 목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진정으로 목장 일을 사랑한다는 느껴집니다. 어쩌면 작가는 미국 남부의 목장에서의 일상을 세밀하게 기록해놓으려는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국경을 넘어>에서는 소를 잡아먹는 늑대를 생포하는 장면을 그렸습니다만, <평원의 도시들>에서는 송아지를 공격하는 들개 떼를 사냥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평원을 가로지르는 철로를 따라 기차가 달리는 장면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떠올려집니다. “앨패소를 빠져나온 기차는 동쪽으로 달려갔다. 밤을 뚫고 푸른 평원을 가로질러 랭트리와 델리오로 향했다. 선로 옆 어둠 속에 석탄처럼 떠 있는 소들의 눈과 사막의 덤불을 전조등의 하얀 빛기둥이 비추었다. 어깨에 설피를 두르고 언덕에 선 목동들이 달려가는 기차를 바라보고, 자그만 사막 여우가 어스름이 깃든 철로 아래로 들어와 기차 꽁무니를 향해 코를 킁킁거리고, 따스한 강철 레일이 밤새 윙윙거렸다.(172)”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도로에서 달리는 차와 부딪쳐서 죽는 야생동물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만, 개발이 되지 않은 초원에 사는 산토끼와 올빼미와 같은 야생동물들이 자동차를 만났을 때 대응방법을 몰라 끔찍하게 희생되는 장면들도 그려집니다.


두 사람은 해 뜰 때부터 허리가 부러지도록 일해서 금쪽같은 1달러를 버는 삶을 좋아합니다. 그런가 하면 가끔 강을 건너 멕시코 마을에 있는 매음굴을 찾아가기도 합니다. 문제는 존 그래디가 국경 너머 멕시코의 후아레스에 있는 매음굴에 있는 막달레나라는 창녀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결심하면서 이야기는 비극으로 흘러갑니다. 존은 빌리에게 매음굴의 포주를 만나 두 사람의 결혼을 성사시켜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매음굴의 포주 에두아르도는 찾아온 빌리의 요청을 받아들입니다.


존은 막달레나와 함께 살 집을 장만하는 등 결혼 준비를 마치고 막달레나가 미국으로 이주하는데 필요한 절차를 밟습니다. 하지만 막상 막달레나는 미국으로 떠나는 날 누군가에 납치되어 죽음을 맞게 됩니다. 에두아르도의 주변 인물들은 에두아르도 역시 막달레나를 사랑한다고 믿었지만, 사랑을 찾아 떠나는 여인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으로 보면 사랑이 아니라 소유에 대한 집착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결국 존은 막달레나의 복수를 위하여 국경을 넘어 에두아르도와 한판 승부를 시작합니다. 초반에는 칼솜씨가 좋은 에두아르도가 일방적으로 존에게 상처를 입히지만 존은 에두아르도의 공격을 받으면서 접근하여 목숨을 끊는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에두아르도의 마지막 일격을 맞은 존 역시 빌리에게 구명을 요청하지만 빌리와 함께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존이 죽은 뒤에 빌리는 목장을 떠나 이곳저곳을 전전하면서 여생을 보냈다는 이야기기 후기에 나옵니다. 그러니까 10대에는 부모를 비롯하여 동생이 세상을 떠나고 20대에는 아끼는 존 역시 죽음을 맞으면서 정을 붙일 만한 사람을 만나지 못하였던 것 같습니다. 유랑길에서 만난 사람과 크래커를 나누어 먹으면서 삶과 죽음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이런 대목은 기억해둘만합니다. “모든 사람의 죽음은 다른 모든 사람의 죽음을 대신하는 것이죠. 죽음은 예외 없이 찾아오기에 우리 대신 죽은 이를 사랑하는 것 말고는 죽음의 공포를 싸워 이길 방법이 없죠.(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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