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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3
에밀 졸라 지음, 최애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11월
평점 :
<꿈(Le Rêve, 1888)은 에밀 졸라의 루공-마카르 총서의 열여섯 번째 작품입니다. 모색과 반항, 붕괴와 재건이 뒤섞인 전환기를 살아냈던 졸라는 새로운 시대상을 담은 책, 즉 발자크의 <인간극> 형식의 글을 써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뤼카 박사의 <본성의 유전에 관한 철학 생리학 개론>에서 영감을 얻은 졸라는 1867~1868년 사이에 <루공 마카르 총서>의 방대한 기획을 세웠습니다.
1871년 첫 번째 이야기 <루공가의 운명>의 출간으로 시작된 루공 마카르 총서는 1893년 <파스칼 박사>에 이르도록 20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었습니다. 아델라이드 푸크라는 여성과 5대에 걸친 후손들의 이야기입니다. 졸라는 이들을 통하여 프랑스 사회와 다양한 인간들의 모습을 그려냈습니다. 가벼운 정신질환을 앓은 아델라이드가 정원사 남편 루공 사이에서 낳은 피에르 루공과 그 자손들은 상류층의 삶을, 루공과 사별한 아델라이드가 알코올중독자 밀렵꾼인 정부 마카르와 동거하며 낳은 위르쉴 마카르와 앙투안 마카르 등의 자손들은 하류층의 삶을 그려냈습니다.
<꿈>은 1860년 크리스마스날 아침 보몽시에 불어 닥친 눈폭풍을 피해 성당을 찾아와 밤을 보낸 9살짜리 여자아이 마리 앙젤리크를 사제복을 짓는 장인 위베르와 위베르틴 부부가 받아들여 키우기로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훗날 앙젤리크를 입양하기로 한 위베르는 앙젤리크가 지닌 구호 대상 아동 기록부에 적힌 내용을 따라 파리로 가서 친부모를 찾아나섭니다. 위베르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오빠가 장관을 지냈다는 시도니 부인은 남편이 죽은 뒤 열다섯 달 만에 딸을 낳았는데, 그 아이가 앙젤리크였다는 것입니다. <꿈>의 어디를 보아도 시도니 부인이나 앙젤리크가 루공 가문의 자손이라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알젤리크가 위베르 부부의 집에 처음 왔을 때는 말 품새도 그렇고 행동도 거칠었습니다. 하지만 양부모의 애정어린 돌봄에 따라 순화되어 갔습니다. 특히 <황금빛 전설>에 담긴 성인들의 삶을 읽으면서 신앙도 돈독해지고, 자수 솜씨도 훌륭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위베르 가에 의뢰되는 중요한 자수 작품을 도맡아 제작하기에 이릅니다.
앙젤리크가 <황금빛 전설>을 읽으면서 귀공자와 사랑에 빠지는 꿈을 꾸게 됩니다. 그런 앙젤리크 앞에 성당의 색유리창을 수리하는 청년이 나타나고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두 사람의 사랑이 무르익어갈 무렵 앙젤리크의 사랑 펠리시앵이 사실은 장 오트쾨르 주교의 아들이었습니다. 주교는 아들을 부앵크르 가문의 클레르 양과 혼인시키려 합니다. 펠리시앵은 아버지에게 사랑하는 앙젤리크와의 결혼을 허락해 달라하고, 앙젤리크 역시 성당으로 찾아가 주교에게 자신을 소개합니다.
주교의 완강한 반대에 두 사람의 관계도 위기에 몰리게 됩니다. 앙젤리크의 부모도 딸이 상처를 입을까봐 거짓을 전합니다. 절망에 빠진 앙젤리크는 금식을 하고 죽음을 목전에 두게 됩니다. 부모는 죽어가는 앙젤리크를 위하여 종부성사를 청하였고, 주교께서 직접 종부성사를 행하게 됩니다. 종부성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앙젤리크는 극적으로 눈을 뜨고 주교는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하게 됩니다. 죽음의 목전에까지 갔던 앙젤리크는 혼신을 다하여 결혼식을 준비하고, 결혼식이 거행되는 가운데 죽음을 맞았습니다.
졸라는 <꿈>을 통하여 루공-마카르 가문에 흐르는 나쁜 피가 독실한 신앙생활을 통하여 맑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꿈은 이루어진다는 사실도. 물론 “사랑하는 두 사람이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잘 살았더랍니다.”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졸라는 <꿈>에서도 당대 사람들의 삶과 문화적 유산을 설명하는데 공을 들였습니다. 성당 건물에 대한 묘사를 통하여 중세의 건축 양식과 종교의식, 성인들의 이야기, 그리고 성직자의 제례복의 제작에 관하여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