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집 - 茶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0
라오서 지음, 오수경 옮김 / 민음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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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집하면 쌍화탕 내음이 진한 전통찻집과 커피향이 넘치는 다방이 떠오릅니다. 요즘은 외국에서 온 커피전문점이 대부분입니다만, 아침에 다방에 가면 계란 동동 띄운 모닝커피를, 오후에는 위스키를 조금 넣은 홍차를 마실 수 있었습니다. 다방은 누군가를 만나 친교를 나누는 공간이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그런 공간이 주변에서 사라져가는 듯하여 아쉽기도 합니다.


<찻집>은 중국의 근대화과정에서 전통 찻집이라는 공간을 통하여 변해가는 세태를 그려낸 희곡작품입니다. <찻집>의 작가 라오서는 루쉰(魯迅), 바진(巴金)과 함께 중국 3대 문호로 꼽히는 작가입니다. 무대는 북경에 있는 유태(裕泰)라는 규모가 큰 찻집입니다. 3막으로 구성된 희곡은 중일 전쟁, 군벌의 혼전, 국민당의 부패 통치, 신중국 수립 등의 시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유태 찻집에는 드나드는 인물들의 지위고하를 차별하지 않기 때문에 당대의 다양한 인간 군상들과 변화하는 인정세태를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하여 작가는 무려 50여명의 인물을 등장시켰습니다. 등장인물 가운데는 앞서 시대에서 등장했던 인물이 사라지고 그 후손이 뒷 시대에 등장하는데, 기본 성격이 닮은꼴이라는 점이 신기합니다. 등장인물의 구성을 보면 황궁의 태감이나 민국의 세도가인 처장 등의 고위직도 있을뿐더러, 순경이라 군인과 같은 하위직도 있습니다. 그리고 상인이나, 기인들, 먹고 살길이 없어 딸을 팔아야 하는 농민도 있습니다.


찻집에는 나랏일은 이야기하지 맙시다라는 글씨가 곳곳에 걸려있습니다. 세월이 하 수상하니 찻집에 드나드는 사람들 가운데 나라를 비방하는 사람들을 잡아가는 밀정이 있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것입니다. 실재로 1막에 등장하는 송대인은 무심코 우리 청나라도 망하겠는 걸이라는 말을 내뱉었다가 잡혀가 감옥에서 몇 년을 보내야 합니다. 경찰이나 공안들은 때로 돈을 울궈낼 속셈으로 멀쩡한 사람을 마구 잡아가기도 합니다. 이런 일을 피하려면 돈을 건네야 하는데, 생각해보면 우리도 그런 시절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속설이 있습니다만, 그 무렵 중국에서는 새로 들어서는 정권의 패악질이 더 심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송대인은 생각해보면, 청나라가 뭐 좋았던 건 아니지만 이제 민국에선 굶어 죽게 생겼네!(52)”라고 한탄을 합니다. 3막은 부패한 국민당 정권의 가렴주구를 견디지 못한 백성들이 팔로군에 가담하는 분위기였던 모양입니다. 모진 세월을 견디면서 변화와 개혁을 통하여 유태찻집을 존속하기 위하여 심혈을 기울여왔던 왕이발 역시 국민당 치하에 세태에서는 더 이상 어쩔 수 없어 가족들과 용인들을 살길을 찾아 떠나도록 한 다음에 스스로의 생을 마감하면서 극이 마무리됩니다.


<찻집>1957년에 발표된 작품입니다. 마오쩌뚱의 쌍백 방침에 따라 문예가 꽃을 피우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문화혁명이 시작되던 1966년 태평호에 몸을 던져 생을 마감했던 작가가 살아남아 공산치하를 벗어났더라면 공사치하에서의 세월을 4막으로 그려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4막에서는 세태를 어떻게 풍자를 했을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부록에는 막마다 등장인물이 분장을 바꾸어야 하기 때문에 늘어지는 시간을 관객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막간극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필자가 대학에서 연극 동아리에서 활동할 때도 관객들이 암전된 상황을 견디기 어렵기 때문에 암전된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연습을 하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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