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현상학 동서문화사 월드북 162
게오르그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지음, 김양순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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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의 <정신현상학>은 심강현님의 <시작하는 철학여행자를 위한 안내서>에서 추천한 철학책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동서문화사의 월드북으로 읽은 <정신현상학>572쪽에 달하는 분량이나 되고, 난삽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지루한 책읽기였습니다.


책 말미에 붙여놓은 헤겔의 사상과 <정신현상학>’이라는 글에 나오는 이런 대목이 이해되었습니다. “이른바 작가로서 그의 글솜씨는 칸트처럼 부족한 정도가 아니라 그야말로 기가 막히게 형편없다. 애매하고도 지나치게 점잔빼는 투로 글을 쓰는데 본인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 그 표현이 얼마나 불명확한지 때로는 악마같이 정말로 말해야 할 내용은 숨겨버리고, 그 결과 나타나는 애매함을 더욱 애매하게 만들면서 얼렁뚱땅 글을 끝맺어 버린다.(530)”


“‘현상학이 체계적인 구상 아래 태어난 것이 아니라 기나긴 사색이나 면밀한 계획도 없이 충동적으로 집필되기 시작했다고 헤링은 말했습니다. 게다가 출판사의 강한 압박으로 상당도 못할 만큼 짧은 기간에 집필되었을 것으로 추측되기도 합니다. 글내용이 난삽한 이유를 알 듯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차가 나열된 순서를 보면 헤겔은 자연 그대로의 의식이 참다운 앎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설명하고자 한 것으로 보입니다. A ‘의식은 감각적 확신, 지각, 오성의 요소로 발전을 시작하여 B ‘자기의식으로 확산되는 과정을 거쳐, C ‘이성으로 완성되며, 이는 정신으로 구축되어 종교를 거쳐 절대지에 이른다는 것입니다. 절대지에 이르는 과정에서 종교가 들어가야 하는가를 설명하는 부분은 앎이 부족한 저로서는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었습니다.


헤겔이 이 책을 통하여 말하고자 하는 바에 대하여도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가장 수준 낮고 단순한 의식에서 가장 고차원적이고 복잡한 의식에 이르기까지 의식이 거치는 모든 전개과정을 설명한 것이라고 한다거나, ‘의식을 통한 인간의 자기형성과정을 단계적으로 설명한 것이라는 등입니다.


그런가하면 스토아주의 철학에서부터 근대 철학에 이르기까지 제시된 철학적 주제에 대한 비평을 담을 것을 보면 인류의 학문사, 즉 철학의 역사를 담은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다음 주에 읽을 예정인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에 대한 해석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헤겔은 정신은 단일한 진리일 때는 의식으로 나타나서 자신의 각 요소를 분해한다(293)’면서 인륜이 참다운 정신이라 하였습니다. 인륜의 세계에서는 인간의 법칙과 신의 법칙이 작용하는데, 각각 가족 내에서의 인륜이 국가라는 공동체에 적용될 인륜에 미치지 못하고, 국가 공동체에 적용하는 인륜은 신의 법칙이 적용되는 인륜에 미치지 못한다는 해석입니다.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는 오이디푸스 왕 이후 테바이의 왕위를 놓고 대립하던 폴뤼네이케스와 에테오클레스가 전투를 벌인 끝에 서로 죽이는 것으로 끝이 났습니다. 왕위에 오른 크레온은 테바이를 지키려던 에테오클레스에게 성대한 장례를 치러준 반면, 외국의 군대를 끌오 테바이를 치러온 폴뤼네이케스의 시신을 방치하고 장례를 치르는 자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죽음을 내릴 것이라 선언합니다. 이는 국가라는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명령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안티고네는 방치되어 썩어 가는 오빠의 주검을 예를 갖추어 장례를 치르는 것이 가족으로서의 인륜에 부합한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가족으로서의 인륜이 대립되는 국가 공동체의 유지를 위한 인륜을 뛰어넘을 수 없는 노릇일 것입니다. 하지만 안티고네는 예를 갖추어 오빠를 묻는 것은 천륜이라 주장합니다. “기록되지 않았지만 확고한 신들의 법을 필멸의 존재가 넘어설 수는 없지요. 왜냐하면 그 법은 어제오늘만이 아니라 언제나 영원히 살아 있고, 그것이 언제 생겨냈는지 누구도 알지 못하니까요(소포클레스, 안티고네, 민음사, 146-147)”라고 말입니다. 그렇다면 국가공동체의 인륜이 신의 법칙인 천륜을 넘어서지 못한다고 하겠습니다.


책읽기에 인연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하는 책읽기였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은 힘든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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