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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열 개의 길 - 로마에서 런던까지 이어지는 서유럽 역사 여행기
이상엽 지음 / 크루 / 2021년 12월
평점 :
우한 폐렴 사태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하지만 3년째 이어지면서 지구촌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무서울 정도의 감염과 예방접종 효과로 확진자 증가추세가 꺾여가고 있습니다. 아직은 안심할 단계는 아니지만 삶을 회복하기 위한 조치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가 간의 이동을 차단하는 통제정책도 어느 정도는 완화되고 있습니다. 해외여행도 조심스럽게 재개되고 있습니다. 저 역시 2년이 넘게 엄두를 내지 못하던 해외여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준비 가운데는 여행지에 대한 책읽기도 포함됩니다.
<유럽 열 개의 길>은 모두투어 여행사의 인솔자로 활동해온 이상엽님이 안내했던 여행객의 “여행이 끝나고 보니 유럽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가졌다면 지금껏 여행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관점으로 그들을 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귀중한 기회를 놓친 것 같아 아쉽네요.(5-6쪽)”라는 말씀을 듣고 쓴 책이라고 합니다. 여행을 안내하는 내내 유명 관광지 같은 나무에만 집중하느라 정작 역사와 문화가 이룩한 전체 숲을 보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필자의 경우는 여행지에 대한 역사와 그곳에서 만나는 유적들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 정리해오고 있습니다. 다만 작가의 말대로 그런 것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새로운 생각을 만드는 작업이 부족했구나 싶기도 합니다. 작가는 로마를 출발해서 피렌체, 베네치아, 밀라노 등 이탈리아 도시들을 거쳐, 스위스로 넘어가 루체른, 인터라켄, 제네바를 둘러보고, 프랑스에서는 베르사유와 파리를 살펴보고 도버해협을 건너 영국의 런던에서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대체로 유럽 문명은 그리스에서 시작하여 로마제국의 중심이었던 이탈리아, 신성로마제국으로 이어지는 프랑스와 독일, 이어서 스페인,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의 순서로 번영의 흐름이 이어졌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저자가 꼽은 열 개의 도시 가운데 유럽문명이 발전해오는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도시가 있는가 하면 다소 무게감이 떨어지는 도시들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도시들은 왜 빠졌지? 싶은 도시들도 적지 않습니다.
‘로마에서 시작하여 런던에서 끝나는 열 개의 길은 중간에 끊어지지 않고 하나로 연결되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거대한 역사의 축이 된다’고 한 것을 보면, 과거의 중심이었던 로마와 근현대의 중심이었던 런던을 연결하는 ‘길’에 흩어져 있는 각각의 도시들에게 의미를 부여하고자 함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물론 로마를 ‘문명의 길’, 밀라노는 ‘통일의 길’, 파리를 ‘혁명의 길’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것은 십분 이해가 되지만 나머지 길들은 다소 견강부회한 듯한 감이 없지 않습니다.
열 개의 도시들은 그 하나하나에 숨겨진 인문학적 자산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한권의 책으로도 다 정리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 개의 도시에 얽힌 이야기를 한권으로 축약해놓은 것을 보면 수박 겉핥기식이거나 핵심만 뽑아 잘 정리되었다는 극단적인 평가가 나올 법도 합니다. 이 책에 인용된 내용들은 상당한 수준의 사실 확인을 거친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에 대한 평가는 작가의 주관적인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로마제국의 중심이었던 일곱 개의 언덕을 둘러싸는 세르비우스 성벽에 관한 대목입니다. ‘지금도 로마의 테르미니역 부근에 성벽 일부가 남아있어 당시 야만족 침략이 로마인에게 얼마나 큰 충격이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했는데, 성벽의 일부를 보고 로마제국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 추론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요? 파리시가 옛 유적을 어떻게 보존하는가에 무게를 두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로마제국의 멸망은 주변국가들이 침공할 틈만 엿본 것이 아니라 훈족의 서진에 따라 밀려난 게르만족들이 로마제국의 영토 안에서 살아갈 방도를 찾던 결과물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을쯤 떠날 스위스에 관한 내용이 적지 않아 여행에 많은 참고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