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수꾼
하퍼 리 지음, 공진호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앵무새 죽이기>의 기억이 소환되어 읽은 책입니다. 작가의 어린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것이라고 합니다. 하퍼 리가 살던 앨라배마주는 흑인 인권운동이 가장 활발하던 곳이었고, 흑인들의 이런 움직임에 대한 백인들의 반발도 컸던 곳이었다고 합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변호사이자 주의회 의원이었다고 합니다. <앵무새 죽이기>는 아버지를 닮은 에티커스가 흑인들의 인권지킴이로 그려냈습니다. 스카웃은 작가 자신이었을 것입니다. 작가를 고대로 닮은 말괄량이 스카웃은 백인사회의 위협을 뚫고 나아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증언하는 역할이었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몰랐습니다만, <파수꾼>은 하퍼 리의 첫 작품이자 마지막 작품이라고 합니다.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시작해서 처음 완성한 작품이 <파수꾼>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원고를 받은 출판사에서는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여 다시 써볼 것을 주문하여 어린이의 시각에서 바라본 흑인 인권운동의 실체를 그려달라는 편집자의 주문에 따라서 새롭게 쓴 작품이 <앵무새 죽이기>였던 것입니다. <앵무새 죽이기>가 엄청난 성공을 거두자 작가는 새로운 작품을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파수꾼>은 스무 살 스카웃의 시각으로 본 흑인 인권운동의 현주소를 그려냈던 것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뉴욕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스카웃이 여름휴가를 맞아 고향을 찾았을 때 자신의 삶의 지표가 되었던 아버지가 흑인인권운동에 반대하는 백인들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집을 떠나려는 스카웃에게 삼촌은 가족들 곁에 남아 파수꾼의 역할을 해달라는 주문을 하게 됩니다. 파수꾼이라는 개념은 진보성향의 스톤목사의 설교에서 인용한 이사야서 216절의 대목에 나옵니다. “주께서 내게 이르시되 가서 파수꾼을 세우고 그가 보는 것을 보고하게 하되.”


어렸을 적 친구 클로딘과 이야기하는 가운데 파수꾼의 역할을 설명합니다. ‘손을 잡아 이끌어주고, 매 정시마다 뵈는 것을 공표해주는 파수꾼이 나는 필요하다. 이 사람이 이렇게 말하지만 실제로는 저것을 의미한다고, 가운데 줄을 긋고 한쪽에는 이런 정의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저런 정의가 있다고, 그 차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말해 줄 파수꾼이 나는 필요하다.(255)’


<앵무새 죽이기>에서는 흑인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을 기울이던 모습을 그려냈다면, 흑인들의 권리가 개선되어 감에 반발하는 백인들의 자구노력이 구체화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버지는 제퍼슨의 관점을 소개합니다. “정식 시민의 신분은 각자가 획득해야 하는 특권이자 가벼이 주어지거나 가벼이 취급되어서는 안 될 무엇이라고 믿었다.(345)” 스카웃의 영웅 애티커스 변화하는 백인사회의 지역협의회에 참여하면서도 스카웃이 자신을 지켜볼 파수꾼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파수꾼>을 읽으면서 1950년대 미국에서 불길처럼 번지던 흑인 인권 운동과 그에 대한 반발에 대한 구체적인 모습을 그려내는 일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럼 모습은 우리 사회에서도 볼 수 있는 모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약자로 인식되던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보장이 개선되어 가는 가운데, 개선의 목표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대두되는 것입니다. 작금의 현실은 완전평등을 요구하는 분위기입니다. 차이를 인정하던 과거와는 분명 달라진 분위기입니다. 그 평등을 이루는 과정에서 제퍼슨의 말대로 각자가 노력을 기울여 취하는 것이 아니라 거저 달라는 분위기인 것입니다. 끊임없이 보채는 어린아이처럼 말입니다. 차이를 인정하고 주어진 범위 안에서의 만족을 구하는 길을 없을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