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과 함께하는 여름 함께하는 여름
앙투안 콩파뇽 지음, 김병욱 옮김 / 뮤진트리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라디오 방송국 프랑스 앵테르가 2012년에 기획한 여름 특집 문학방송 <몽테뉴와 함께 하는 여름>이 대중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방송 내용은 몽테뉴와 함께하는 마흔 번의 철학 산책이라는 부제를 단 <인생의 맛>으로 우리나라에 소개되었습니다. <인생의 맛>을 읽은 것이 계기가 되어 <몽테뉴 수상록>을 읽기도 했습니다. 프랑스 앵테르의 기획은 프루스트, 호메로스, 보들레르, 빅토르 위고 등 10 명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저도 우리나라에 소개 되는대로 따라 읽고 있습니다.


<파스칼과 함께 하는 여름>은 지난해에 우리나라에 소개되었습니다. <인생의 맛>을 맡았던 콜레주 드 프랑스의 앙트완 콩파뇽교수가 맡았습니다. 저자는 머리말의 말미에 방송에 나간 서른다섯 편에 여섯 편을 더하여 책으로 묶었다고 합니다. 한편을 마지막에 썼다고 하는데 맞춰보라고 했지만, 저는 짐작도 되지 않았습니다. 파스칼하면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바로 <팡세>에 나오는 인간은 자연에서 가장 연약한 갈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는 생각하는 갈대다라는 대목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인간은 사유하는 능력을 제외하고는 힘이 없는 약한 존재라는 의미입니다.


<팡세(Pensée)>의 원래 제목은 <종교 및 기타 주제에 대한 파스칼의 팡세>였던 것을 <팡세>로 줄였다고 합니다. ‘팡세는 사상, 생각, 회상, 금연 혹은 사색집이라는 의미입니다. 1662년에 파스칼이 죽은 뒤에 가족들이 발견한 유고를 묶은 것이라고 합니다. 모두 924꼭지의 글이 담겨있습니다. 주로 기독교를 옹호하고 사람들을 교회로 이끄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파스칼과 함께 하는 여름>의 머리말에서는 <팡세><몽테뉴를 반대함>에서 탄생했다고 설명합니다. 파스칼이 팡세에서 다룬 거의 모든 주제가 몽테뉴가 틀렸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몽테뉴의 <수상록>과 같은 형태를 따랐다는 점입니다. <수상록>을 읽는데 몇 년이 걸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팡세> 역시 만만치가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만,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저 역시 몽테뉴가 틀렸다를 전제로 한 글쓰기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구절을 소개했습니다만, <팡세>에는 기억해둘만한 문구가 많다고 합니다. 블레즈 파스칼은 프랑스어를 제대로 사용한 거장 가운데 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그보다도 수학자이며, 탁월한 물리학자, 철학자이면서도 독보적인 신학자라는 위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옛날 사람들은 왜 이렇게 천재가 많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앵테르 방송의 ‘~와 함께 하는 여름5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방송되는 것입니다. 책은 방송된 내용을 바탕으로 보완을 거친다고는 하지만 몇 쪽 분량의 짧은 내용이 되고 있습니다. 주체가 되는 인물이 발표한 주요 작품을 포함하여 광범위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한편, 그 내용이 소략하다는 단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파스칼과 함께하는 여름>을 담당한 앙투안 콩파뇽을 파스칼의 사유를 다양한 이들의 생각과 비교하고 있어서 다른 인물에 비하여 이야기의 범위가 커졌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파스칼의 <팡세> 읽기에 도전해보려는 이유입니다.


<팡세>에서는 생각하는 법, 글 쓰는 법, 읽는 법에 관한 글이 많다고 합니다. 특히 파스칼의 글은 기본적인 틀을 가지고 있는데, 두 가지 상반된 주장을 소개하고, 두 주장이 다 틀렸음을 제시하고, 둘 중 각각의 올은 것은 간직하고 틀린 것은 거부하면서 둘을 조합하여, 결국 그 둘을 지양(止揚)하는 제3의 주장을 제안하는 점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제가 <우리 일상에 숨어있는 유해물질>을 쓰면서 채택한 방식이기도 합니다. <파스칼과 함께하는 여름><팡세>를 읽기로 한 성과가 더해지는 책읽기가 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