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의 시간들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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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태고의 시간들>을 읽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폴란드가 주목받고 있기도 합니다.


태고[太古, 폴란드어로는 프라비에크(prawiek)라고 합니다.]는 폴란드에 있는 작은 마을입니다. 작가는 태고가 우주의 중심에 놓인 작은 마을이다라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태고는 실제 폴란드에 존재하지 않는 장소로 시간과 공간이 중첩되는 곳으로, 공간이지만 시간을 대변하는 장소이며, 시공을 초월하는 개념을 설명하는 상징적인 단어라고도 했습니다.


이야기는 1914년에 시작됩니다. 폴란드는 18세기 후반부터 프로이센, 러시아, 오스트리아의 세 나라가 잠식하기 시작하여 1795년에는 삼국이 폴란드를 분할하여 1918년 독립을 선언하기 까지 분할 통치하였습니다. 폴란드가 독립한 상황은 잠시였을 뿐 1939년 나치 독일과 러시아가 분할했다가 1945년에 다시 독립을 이루게 됩니다.


<태고의 시간들>은 태고에 있는 다양한 존재들, 태고 자체를 비롯하여 사람, 천사, 악령, 게임, , , 버섯균, 과수원, 죽은 자들, 넷으로 이루어진 것들 등, 인간과 유무형의 존재들의 시간들이라는 작은 제목의 글, 84개 꼭지로 이루어져있습니다. 태고는 정신과 물질, 주체와 객체, 자연과 문명, 관념과 실제, 환상과 현실, 변화와 반복 등, 다양한 것들이 대립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뒤섞이는 곳입니다. 시간과 공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태고에 대한 지형학적 설명이 담긴 태고의 시간 다음에는 게노베파의 시간입니다. 1914년 여름 태고를 찾아온 러시아 군인들로부터 징집명령을 받은 남편 미하우가 전장으로 떠나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1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것입니다. <태고의 시간들>은 미하우와 게노베파로부터 3대에 걸친 인물들과 이들을 둘러싼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1990년대까지 이어집니다. 태고가 독일 군인에게 점령되고 이어서 러시아군이 밀고 들어와 전투가 벌어지면서 태고 사람들은 전쟁으로 인하여 삶이 파괴됩니다. 독일군이 점령했을 때는 유대인들이 잡혀가고, 유대인들을 숨겨주는 태고 사람들의 이야기도 전개됩니다.


러시아군과 독일군의 전투장면을 보면서 현재 진행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을 폴란드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이해하게 됩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작가의 심오한 생각을 읽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조연급으로 등장하는 크워스카의 삶의 방식에 관한 부분입니다. “크워스카는 외부의 것을 내면으로 동화시키면서 세상을 배웠다. 쌓이기만 하는 지식은 인간에게 아무런 변화를 가져다주지 못하거나 단지 변화를 일으키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그저 겉옷을 다른 옷으로 갈아입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들며 배우는 사람은 끝없는 변화를 체험하게 된다. 배워서 알게 된 것들이 존재 속으로 고스란히 스며들기 때문이다. (19)”


상상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상상이란 따지고 보면 창작의 일부이며, 물질과 영혼을 연결하는 일종의 다리와 같다. 특히 빈번하게, 집중적으로 할수록 더욱 그렇다. 이런 경우, 상상은 물질의 파편으로 탈바꿈하기도 하고, 삶의 기류에 융합되기도 한다. 그러는 와중에 뭔가가 뒤틀리면서 변화가 찾아올 때도 있다 그래서 인간의 모든 욕망은, 그것이 충분히 강하기만 하면, 이루어진다. 물론 기대했던 바가 전부 다 이루어지는 건 아니지만.(131)”


특히 태고의 지배계급인 상속자 포피엘스키가 시작하는 게임에서는 신화와 성경의 일화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작가는 예술은 신화적 언어의 수호자이다라고 믿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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