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이후의 슬픔 - 상실의 아픔과 함께 삶으로 나아가는 법
호프 에덜먼 지음, 김재경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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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을 넘어서는 코로나 사태로 세상을 하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코로나에 걸려서, 코로나 예방접종을 받고, 의료체계가 무너지면서 응급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서 등, 이유도 다양합니다. 코로나 초기에는 확진자를 유가족과 격리하여 장례를 치르게 했습니다. 전례가 없는 비극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상실의 아픔과 함께 삶으로 나아가는 법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슬픔 이후의 슬픔>은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한 사람들의 심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저자는 열네 살에 어머니가 유방암으로 돌아가신 뒤 상실감과 슬픔으로 힘든 삶을 살았다고 합니다. ‘가족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을 겪어온 자신을 살펴보기 위하여 연구에 착수하였고, 어릴적 어머니를 잃은 여성 92명을 인터뷰하여 엮은 <엄마 없는 딸들>은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고 그리고 39년이 지났지만 그 슬픔을 삭이지 못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극복할 손쉬운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리하여 소중한 사람과 사별한 아픔이 있는 남성과 여성 81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를 바탕으로 <슬픔 이후의 슬픔>을 쓰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태어나서 영생을 누리는 사람은 없습니다. 따라서 누구나 사별을 경험하기 마련입니다. 흔히 살아남은 사람은 살아갈 궁리를 해야 한다고들 합니다. 부모님께서 돌아가셨을 때 장례를 집전하신 스님께서는 곡을 하지 말고 마음으로 극락왕생을 기원하라 하셨습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이 애통해하면 돌아가신 분들이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서 좋은 곳으로 가실 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슬픔 이후의 슬픔>의 저자는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한 경우에는 평생을 두고 애도하라는 듯이 이야기합니다. ‘기억이 신의 선물이라고 한다면 망각은 신의 축복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 기억이 자연스럽게 엷어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회상을 통하여 기억을 강화하면 기억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과정을 통하여 기억이 왜곡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사별을 겪은 이의 단기적인 고통을 완화하는 데만 집중하지 말고 애도를 장기적인 안목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사별을 극복한다는 생각을 극복하고 사별은 물론 사별이 수반하는 모든 결과를 함께짊어지고 살아간다는 생각을 받아들여야 한다.(20)”라고 했습니다. 저자는 사별한 사랑하는 사람을 평생 애도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 같습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사례들은 저자의 인터뷰에 응한 81명의 특별한(?) 사람들입니다. 어쩌면 저자의 질문을 받고 사별한 사람과의 기억을 되살리는 과정에서 기억이 왜곡되었을 수도 있고, 인터뷰라는 특별한 상황에서 응답을 만들어내기도 했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저자를 비롯하여 저자와 인터뷰한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별이 삶을 좌우할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친 특별한 사람들로 보입니다. 저자가 미처 착안하지 못한 일반적인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을 하고서 씩씩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저자를 비롯하여 저자가 인터뷰한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별을 쉽게 극복하지 못하는 특별한 사람들로 전문가들의 돌봄이 필요한 사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별한 사람들의 사례를 일반화하여 잘 살고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평생 애도하면서 살아가게 만들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날의 상황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언급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은 책 쓰기에서 피해야 할 요소이기도 합니다. 또한 자신의 이야기와 인터뷰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마구 뒤섞어서 글 읽는 흐름을 휘저어놓기도 합니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별을 삶에서 어떻게 다루어야 한다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고 않고 있어서 책을 읽고 나서 딱히 기억에 남는 대목이 없더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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