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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과학의 모든 역사 - 인간의 가장 깊은 비밀, 뇌를 이해하기 위한 눈부신 시도들
매튜 코브 지음, 이한나 옮김 / 심심 / 2021년 9월
평점 :
과학의 발전은 인체의 신비를 많이 밝혀냈습니다. 하지만 인체를 구성하는 여러 기관을 조율하는 뇌는 여전히 비밀에 싸여있는 바가 많습니다. <뇌과학의 모든 역사>는 뇌과학자들이 지금까지 알아낸 뇌에 관한 것들을 잘 정리해냈습니다. 저 역시 뇌과학의 응용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만, 기억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관심이 많은 까닭에 기억에 관한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한 뇌해부학이나 뇌생리학, 의식이나 심리학 등의 개별적인 뇌과학의 역사를 다루고 있지는 않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뇌가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를 둘러싼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다양한 생각들을 실험적 근거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 등 3부로 구성된 이 책의 2부 ‘현재’에서는 우리가 뇌에 관하여 알아가는 일이 교착상태에 빠져있음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다 보니 ‘미래’에는 뇌과학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현재로서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소략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분명히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획기적인 연구방법이 나타나서 뇌의 신비를 밝히는 일이 계속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가끔 인간의 뇌를 우주와 비교하곤 합니다만, 천문학자 마틴 리즈는 별 한 개보다 곤충 한 마리가 더 난해하다고 했으며, 찰스 다윈 역시 매우 작은 크기임에도 다양한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개미 한 마리의 뇌가 “세상에서 가장 경이로운 물질 중의 하나요, 어쩌면 인간의 뇌보다도 더욱 신비로운 것”이라고 했습니다.
인간의 생각이나 감정의 근원이 심장에 있다고 믿었던 시절이 있습니다. 선사시대로부터 뇌과학이 태동하던 17세기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동안 그랬습니다. 물론 심장 중심의 관점에 의문을 표했던 사람들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현대적인 사유의 틀을 만들어냈던 그리스의 철학자들입니다. <형이상학>에서 ‘감각’을 화두로 인간의 실체를 논한 아리스토텔레스였지만, 뇌가 아닌 심장이 생명의 핵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알렉산드리아의 그리스 철학자 헤로필로스와 에라시스트라토스는 뇌와 신경계에 대한 중요한 발견을 해냈습니다. 그리고 로마의 갈레노스에 이르러 뇌가 행동과 사고의 기본이 되는 기관이라고 확신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셰익스피어는 <베니스의 상인> 3막에서 “말해주세요. 사랑은 어디에서 태어나나요? 심장인가요 아니면 머리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17세기의 유럽에서는 뇌가 중요한 기관이라는 생각이 굳어지게 되었습니다. 물론 실험적으로 확실한 근거가 마련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1664년 캐번디시는 “감각적이고 이성적인 물질이 (…) 뇌를 구성할 뿐만 아니라 사고, 개념, 상상, 공상, 이해, 기억, 추억 그리고 그밖에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 다시 말해 뇌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을 만들어낸다.(72쪽)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뇌과학의 과거는 1950년대까지입니다. 528쪽이나 되는 이 책의 분량 가운데 245쪽을 차지합니다. 그리고 기억, 회로, 컴퓨터, 화학, 국재화 그리고 의식에 이르기까지 뇌과학의 발전과정을 설명하는 현재는 217쪽을 차지합니다. 가 기대했던 기억에 관한 연구성과 혹은 역사적 발전과정은 소략하게 정리되어 있어 실망이었습니다. 기억이 형성되고 저장되어 필요할 때 이를 불러내는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는 여전히 미지의 장으로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로부터의 자극이 뇌에 어떻게 전달되고 이에 대한 반응이 어떤 경로를 통하여 전해지는가에 관한 연구들이 소개되었습니다.
뇌과학의 미래에 관한 내용은 33쪽에 불과합니다. 지금으로서는 오리무중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이해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