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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기담 수집가 ㅣ 헌책방 기담 수집가
윤성근 지음 / 프시케의숲 / 2021년 12월
평점 :
절판된 책을 구하기 위하여 헌책방을 찾아다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어떤 헌책방은 좁은 공간에 세워진 서가는 물론 통로에까지 빼곡하게 책이 쌓여있는가 하면 널찍한 공간에 정리가 잘되어 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소장자료의 전산처리가 잘되어 있어 찾고 있는 책을 전산검색이 가능한 곳도 있었습니다.
<헌책방 기담 수집가>는 헌책방을 운영하시는 윤영근님의 작품입니다. 다른 헌책방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절판된 책을 구해주시기도 하는데, 찾을 찾는 비용대신 사연을 받는다는 독특한 분입니다. “이야기를 들어보고 흥미로운 이유가 책에 얽혀 있으면 그것을 찾아준다”라고 하신 것을 보면 흥미로운 이유가 없는 경우에는 의뢰를 받지 않는다는 것으로 읽힙니다.
실제로 <헌책방 기담 수집가>에 담긴 29편의 이야기는 흥미로운 사연들이었습니다. 재미있거나 슬픈 사연도 있고, 무섭거나 황당한 사연도 있습니다. 29편의 이야기는 사연에 따라서 사랑, 가족, 기담, 인생 등의 4개의 주제로 나누어 놓았습니다.
책수집가들이 찾는 그런 고가의 책들이라기보다는 1950년대 이후에 나온 책들로 가격도 엄청나게 비싼 것들은 아니라고도 했습니다. 어쩌면 도서관에서 찾아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책을 찾는 이유가 대부분 소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도서관을 찾기보다는 저자의 헌책방을 찾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의뢰자들이 찾는 책들 가운데는 재판이나 개정판들이 나와 있어서 새 책을 파는 서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겠지만, 이미 절판된 헌책들을 찾는 이유가 특별한 경우도 있습니다.
<헌책방 기담 수집가>는 의뢰인들의 사연에 무게를 두었지만, 책의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기도 합니다. 29편의 이야기들의 중심이 된 책들은 모두 제가 읽어보지 못한 책들이었고, 심지어는 헤밍웨이의 <에덴동산> 같은 경우는 학생 때 읽었던 헤밍웨이 전집에도 포함되지 않은 책이었습니다. 책을 구하는 사람마다의 사연이 흥미롭기도 해서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책들은 표시를 해두었습니다.
그 가운데 에밀 시오랑의 <세상을 어둡게 보는 법>은 꼭 읽어보아야 하겠습니다. 2월말에 있을 고전독서회에서 논의할 유토피아에 관한 책이라는 이유입니다. 20년 전에 출간되었지만 누리망 서점에서 검색이 되지 않는 것을 보면 찾기가 어려울 듯합니다. 사연을 보면 저자의 책방에는 혹시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제가 예전에 근무하던 직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녹번동에 있다는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인데 한번 찾아나서 볼까도 싶습니다. 그래도 일단은 동네 도서관을 먼저 찾아보겠습니다.
저자의 이름으로 검색을 해보면 17종의 책들이 나오는데, 동명이인의 시인이 낸 시집들을 제외하면 10권이 넘는 책을 써낸 작가이기도 합니다. 그 책들 가운데 <심야책방>은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들어본 적은 있는 책이었습니다.
저자의 서점,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의 분위기를 알 듯 한 대목도 있습니다. 살다보면 풀리지 않는 일들이 쌓여가다가 어느 날 갑자기 폭주하듯 터지는 것처럼 헌책방에서도 한쪽에 쌓아둔 거대한 책더미가 와르르 무너지는 날이 있다는 것입니다. 작가는 이런 상황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거대한 책 탑은 신의 뜻을 거역한 인간의 욕심으로 쌓아올린 바벨탑이라도 되는 양 처참하게 바닥으로 내려앉았고 어떤 방식으로든 처음처럼 다시 쌓는 건 불가능해보였다.(42쪽)”
저자가 헌책을 찾아내는 비법을 소개하는 대목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사람들은 기억력에 의존하지만 저는 이 머릿속의 회색 뇌세포를 사용한답니다.(55쪽)” 애거사 크리스티가 창조한 에큘 포아로의 명대사라고합니다. 하지만 회색뇌세포는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