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에 관하여 정암고전총서 1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오지은 옮김 / 아카넷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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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영혼이 실재하는가에 대한 유명한 실험이 있습니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의사 던컨 맥두걸은 1901년 결핵 등 소모성 질환으로 죽음이 임박한 환자 6명이 누워있는 침상을 5.6그램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산업용 저울 위에 올려놓고 죽음을 전후한 체중변화를 측정하였습니다. 6명 가운데 한명이 죽음 직후에 21.3그램의 체중이 줄었습니다. 이 결과를 두고 영혼의 무게가 21그램이라는 주장이 나온 것입니다. 1907년에 발표된 이 실험의 결과를 두고 논란이 이어졌지만, 후속실험은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과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실험이라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영혼이 실재한다고 믿는 의사들도 실재로 있는 모양입니다. 특히 임사체험을 경험했다는 사람들은 사후에 육체에서 빠져나온 영혼이 죽어있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유체이탈 현상을 이야기하며, 어두운 통로를 지나서 휘황한 빛으로 들어가면서 평화로운 감정을 느낀다고 이야기합니다.


영혼의 실재에 대한 사유가 고대 그리스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을 아리스토텔레스가 <영혼에 관하여>라는 책을 통하여 알게 되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앎을 아름답고 고귀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전제하고, 엄밀성의 측면과 더 훌륭하고 더 고귀한 것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측면에서 영혼에 관한 연구를 높은 위치에 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논의를 시작합니다. 그 이유는 영혼은 생물의 원리이므로 자연에 관한 진리에 크게 기여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1장의 제목이 영혼에 관한 탐구의 학문적 위상, 이 탐구의 어려움이라고 할만큼 영혼에 관한 연구는 난이도가 높은 것으로 보았습니다. 저자는 학문의 전통적인 방법에 따라 논지를 펼쳐갑니다. 먼저 운동과 감각을 중심으로 영혼에 관한 이전 사람들의 견해를 소개하고 비판합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사물의 본성에 대한 연구가 과학적으로 이루어졌다기 보다는 철학적 사유로 증명하려 들었기 때문에 솔직히 말씀드려 공감할 수는 없었습니다. 영혼의 존재를 운동이나 영양 능력으로 파악하려는 시도가 과연 근거가 분명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혼의 존재를 설명하기 위하여 가져온 감각에 대한 설명은 나름대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 등의 본질에 대한 설명과 일반적인 설명을 붙였는데, ‘감각은 감각되는 형상들을 그 질료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현대과학은 감각되는 형상들이 매개체를 통하여 우리의 감각기관이 인식하는 것을 밝혀내었습니다. 6의 감각은 없다고 하였는데,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육감의 실체를 논의하지 않더라도 평형감은 분명 제6의 감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앞선 사람들의 영혼에 관한 이론을 검토한 아리스토텔레스는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습니다. 1. 영혼이 운동의 원인인 것은 맞지만, 영혼이 몸의 움동을 일으킨다고 해서 영혼 자체가 운동하는 것은 아니다. 2-1 영혼의 감각의 원인인 것은 맞지만, 원소들로 이루어진 사물들을 영혼이 감각한다고 해서 영혼 자체가 원소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2-2 전통적 유사-유사설은 일리는 있어도 영혼이 원소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쓰일 수는 없다.(295)


영혼의 본질에 관한 그의 견해는 다음으로 정리됩니다. 1. 영혼은 가능태로 생()을 지니는 자연적 물체의 형상으로서의 실체이다. 2. 영혼은 가능태로 생을 지니는 자연적 물체의 첫 번째 현실태이다. 하지만 그 실체가 무엇인지는 분명치 않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생(), 산다는 것을 1. 영양분을 섭취하고 생식한다, 2. 감각한다, 3. 이동한다, 4. 사고 또는 사유한다. 등으로 정의하였습니다.


정암학당에서 정암고전총서의 일환으로 내놓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혼에 관하여>에는 원저의 번역문이 있고, 이어서 번역과정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한 작품안내가 더해져 있습니다. 원저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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