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치매 의사입니다 - 치매에 걸린 치매 전문의의 마지막 조언
하세가와 가즈오.이노쿠마 리쓰코 지음, 김윤경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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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 가운데는 자신이 전문으로 환자를 치료해온 병을 앓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치매를 공부해온 저는 은근히 치매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을 합니다. 책을 소개하는 어느 글에서 <나는 치매 의사입니다>를 보았는데, ‘치매에 걸린 치매 전문의의 마지막 조언이라는 부제가 있어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이 책의 저자는 치매환자를 진료하던 하세가와 선생님이었습니다. 제가 쓴 치매에 관한 책에서도 설명했던 치매선별검사인 하세가와척도를 창안하신 분입니다.


하세가와 선생님이 치매환자 진료에 헌신해온 것이 무려 50년이나 되었습니다. 그런데 치매환자를 진료하던 의사가 치매에 걸린 것입니다. 지금 92세라고 하는데, 치매를 진단받은 것은 5년 전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제가 준비하고 있는 책에서 하세가와 선생님의 사례를 소개할까도 생각해보았지만 제가 준비한 치매 책은 일반인들이 치매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있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고 보았습니다.


하세가와 선생님은 이 책에서 자신이 치매로 확진 받은 뒤에 그 사실을 숨기지 않고 세상에 알리게 된 이유 등을 먼저 설명합니다. 치매증상을 나타내는 가장 흔한 병은 알츠하이머병입니다. 그런데 하세가와 선생님은 은친화 과립성 치매이라고 합니다. 80세 이상의 고령에서 주로 나타나고 진행은 더딘 질환입니다. 이어서 치매의 본질을 요약했습니다. 물론 치매환자를 돌보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빠트리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치매를 공부하게 된 과정도 소개합니다. 하세가와 선생님이 치매환자를 진료하기 시작했을 때 교수님으로부터 치매를 진단하는 기준을 만들어보라는 주문을 받았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진단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치매진단은 진료의사마다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었을 때입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용되는 치매진단 척도인 최소신경검사는 하세가와척도가 나온 이듬해 만들어졌습니다. 일본에서는 하세가와 척도를 치매선별검사로 많이 사용합니다만, 세계적으로는 최소신경검사를 주로 사용합니다. 아무로도 미국에서 만들어졌고, 치매에 관한 자료를 비교할 때도 많이 사용되는 척도를 써야 하는 제한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세가와 선생님의 일본의 치매연구에서 많은 공헌을 했습니다. 선생님은 치매환자 뿐 아니라 치매환자를 돌보는 사람들에 대하여도 많은 관심을 쏟아왔습니다. 고령사회를 먼저 경험한 일본사회이기 때문에 치매에 걸려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십니다. 선생님은 치매의 본질을 일상생활의 장애혹은 생활 장애로 보았습니다. 질병라기 보다는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불편함이 있는 상태라는 것입니다.


건망증의 정도가 나이들어 생기는 생리적 현상의 수준을 넘어설 때 경도인지장애라도 합니다만, 경도인지장애는 치매가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물론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여러 유형의 치매로 발전할 수 있지만, 상태가 악화되지 않고 증세가 호전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심평원에 근무할 적에 환자경험평가를 시작했습니다. 환자경험평가는 일종의 환자 중심의 의료가 행해지고 있는가를 보는 평가입니다. 하세가와 선생인은 치매환자를 인간 중심으로 돌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계셨습니다. 선생님께서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여러 가지 책들을 구해서 읽어보아야 하겠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은 톰 킷우드의 <치매의 재인식(Dementia Reconsidered)>나 저도 읽어보았던 <치매와 함께 떠나는 여행>을 썼던 호주의 크리스틴 브라이든이 후속작 <나는 내가 되어 간다: 치매와 댄스를(Dancing with dementia)>도 아직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아서 원서로 읽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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