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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스 / 오디세이아 ㅣ 동서문화사 월드북 51
호메로스 지음, 이상훈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고전독서회에서 이달에 토론할 예정인 책을 미리 읽었습니다. 잘 알고 있지만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그리스에서 수백 년 동안 구전되어 오던 시를 뛰어난 음유시인 호메로스가 문자로 정리해냈다고 알려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판소리와 같이 소리하시는 분들을 통하여 구전으로 전해오던 것은 조선말에 채록하여 기록으로 보존하게 된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미케네 문명 시기에서부터 영웅들에 관한 노래와 이야기들이 전해져왔다고 합니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기원전 1200년 무렵에 있었던 트로이 전쟁과 관련된 영웅들의 이야기를 다룬 ‘트로이 시권(詩卷)’에 속합니다. 트로이 서사 시권에는 <퀴프리아>,<일리아스>,<아이티오피스>,<소일리아스>,<일리오스의 함락>,<노트로이(귀국담)>,<오디세이아>,<텔레고니아> 등 8가지 작품이있는데, 그 가운데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만 정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일리아스>만을 놓고 보면 트로이 전쟁이 9년을 넘어 10년째로 넘어가는 순간을 묘사합니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각각 24권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입니다. 동서문화사에서 합본으로 내놓은 <일리아스/오디세이아>가 무려 925쪽에 달하는 것을 보면 여기담긴 이야기를 구송하는데 만만치 않은 시간이 걸렸을 것 같습니다. 하긴 우리나라의 판소리의 경우도 박동진 명창께서 춘향가를 완창하는데 8시간, 심청가는 6시간, 적벽가는 5시간, 수궁가는 4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엄청난 분량의 가사를 외워서 이야기하는 일은 결코 쉽지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음유시인들 나름대로 외우거나 공연의 비법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대체적으로 큰 틀을 외우고 상세한 내용은 임기응변으로 늘이거나 줄이기도 했던가 봅니다. 청중에 따라서 구송하는 사람에 따라서 내용이 더해지기도 줄이기도 했던 것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구송되는 서사시를 채록해보면 내용에 차이가 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동서문화사 판의 <일리아스/오디세이아>는 우리말로 옮겨진 것이지만, 서사시 본래의 특성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영화의 경우는 장면이 끊어지지 않고 연결되는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만, 등장인물 중심의 삽화가 끝나면 또 다른 인물이 등장하는 삽화가 이어지듯이 <일리아스/오디세이아>는 각각 24개의 삽화로 구성됩니다. 일리아스편을 보면 트로이 전쟁이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그리스군의 내분이 일어나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아가멤논과 아킬레우스가 충돌하면서 아킬레우스가 전선에서 이탈하면서 그리스군이 몰리는 국면으로 전환됩니다.
그리스신화를 보면 신계와 인간계가 구분되어 있는 듯하면서도 뒤섞이는 상황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트로이전쟁도 파리스의 심판이 발단이 되어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의 아내 헬레네가 파리스와 눈이 맞아 트로이로 도망치면서 일어난 것입니다. 그리고 제우스를 비롯하여 그리스의 여러 신들은 각자의 입장에 따라서 그리스군을 돕거나 트로이군을 돕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전장에 직접 개입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신들끼리는 직접 대결을 벌이지은 않는 듯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이라는 존재가 무엇인지 여전히 헷갈리고 있습니다.
일리아스의 경우는 전투장면이 이어지면서 몇 사람의 영웅이 상대편 장군들을 죽이는 장면이 지루할 정도로 길게 이어집니다. 나중에는 누가 죽고 누가 살았는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아마도 구송자가 듣는 사람들의 반응에 따라서 등장인물의 숫자를 늘이기도 줄이기도 했던 것 아닐까 싶습니다.
오디세이아는 오디세우스의 고향 이타카를 중심으로 한 장면이 주로 나오고 오디세우스가 귀국길에 겪는 고초는 짧게 설명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다소 아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