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철학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심강현 지음 / 궁리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몇 년 전에 보건의료 누리망 신문에 인문분야의 책을 소개하는 글을 연재한 적이 있습니다. 저 역시 인문학을 공부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같이 공부해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쉬운 분야는 없었습니다만, 역시 철학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체계적으로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기회가 되는대로 철학분야의 책을 읽으면서 공부를 하고는 있습니다만, 여전히 어렵기만 합니다. <시작하는 철학여행자를 위한 안내서>를 읽은 것도 철학공부에 도움이 될까 해서였습니다. 책을 쓴 심강현 선생님은 정신과를 전공하는 의사선생님입니다. 뒤늦게 인문공부를 시작한 저와는 달리 의과대학 시절부터 인문학 공부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런 내공을 바탕으로 철학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를 써내는 경지에 이른 것 같습니다.


저자에게 커다란 울림을 준 철학자는 스피노자와 니체였다고 합니다. 두 철학자의 사유를 이해하기 위하여 서양 철학사의 흐름을 따라 공부왔던가 봅니다. 저자는 <시작하는 철학여행자를 위한 안내서>를 통하여 서양철학사의 사표라 할 만한 분들의 철학을 살펴보았습니다. 플라톤으로부터 아리스토텔레스, 에피쿠로스학파와 스토아학파, 데카르트, 스피노자, 합리론과 경험론, 칸트, 헤겔, 쇼펜하우어를 거쳐 니체에 이릅니다.

이 책은 플라톤의 저술처럼 대화체로 되어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철학자들을 만나는 이는 인간이 아니라 도우치라는 고슴도치입니다. 고슴도치 도우치는 꼬리를 자르기 위하여 길을 나섰다가 시간이 멈춰버린 철학자들의 숲에 들어서게 됩니다. 숲에 서 있는 나무에는 숫자가 적혀있는데 그 숫자는 서기로 표기된 년도입니다. , ‘시간이 멈춰버린 철학자들의 숲은 철학자 혹은 학파가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절로 안내하는 시간이동장치인 셈입니다.


도우치가 시간이 멈춰버린 철학자들의 숲에서 처음 만난 이는 영원의 빛 아래 비춰본 안경점의 주인입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철학자 스피노자였습니다. 도우치는 과거 시간대에 묶어 살고 있는 철학자들을 만나 그들의 화두로 삼았던 철학적 사유에 대한 설명을 듣습니다. 그러니까 저자가 공부한 철학적 지식을 요즘의 화법으로 설명을 하는 셈입니다. 옛 철학자들이나 고슴도치가 현대의 한글로 대화를 나누는 셈입니다. 대화하는 가운데 최근에 개봉된 영화를 비롯하여 유행어에 이르기까지 과거의 인물이 그런 것들을 과연 알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습니다.


서양철학사의 핵심인물들의 철학적 사유를 한권의 책으로 요약하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싶었습니다만, 저자는 그 일을 해냈습니다. 옛 철학자들과 만나 그들의 철학의 바탕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마지막에는 그의 철학을 이해하기 위하여 읽어야 할 책들의 목록을 붙여두었습니다. 살펴보니 이미 읽은 책도 있지만 아직도 읽지 못한 책들도 있습니다. 따로 적어두었다가 시간이 되는대로 읽어보아야 하겠습니다.


중간 중간에 도우치의 꼬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만, 도우치가 집을 나서게 된 이유, 즉 꼬리를 자르는 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확실하게 붙들지 못했습니다아마도 니체가 도우치에게 들려주는 마지막 이야기에 답이 있지 싶습니다. “우리는 위대한 이데아의 발밑에 드리운 초라한 그림자에 불과한 존재들이 아니다. 그림자는 우리의 착각이었으며, 우리 자신이야말로 그 그림자를 만들어낸 원본이다. 너는 단지 모방품으로 만들어진존재가 아니라, 너 스스로를 만들어나가는원본이란다. 왜냐면 너는 너 자신의 이데아니까. 네 삶은 하나의 작품이니까(357)”


결국 인간 하나 하나가 세계라는 것일까요? 그러니까 스스로를 평가절하하지 말고 스스로를 경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일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자신있게 삶을 살아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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