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철학논고 / 철학탐구 / 반철학적 단장 동서문화사 월드북 92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지음, 김양순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분명 어느 책을 읽다가 찜해두었던 것 같은데, 오래된 탓인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지금까지 읽어본 적지 않은 책들 가운데 가장 어려운 책읽기였습니다. 심지어는 말미에 붙은 해설마저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저자는 이 책은 아마도, 여기에 표현된 사상 내지는 그와 비슷한 사상을 스스로 이미 생각해 본 적이 있는 사람만이 이해할 것이다.(31)”라는 구절로 머리말을 열었습니다. 버트란드 러셀이 쓴 이 책에 대한 해설에서도 비트겐슈타인의 책을 이해하려면, 그가 어떤 문제에 관심을 보이는지부터 깨달아야 한다.(11)”라고 적혀있습니다. 설마 했던 것이지만, 저는 이 책에 담긴 주제를 한 번도 고민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본문의 모두에 적은 세계는 성립되어 있는 사항들의 총체이다. 세계는 사실의 총체이지, 사물의 총체가 아니다. 세계는 사실을 통해, 그리고 그것이 사실 전부라는 점을 통해 규정된다. 왜냐하면 사실의 총체는 무엇이 성립되어 있는지를 규정하고, 또 무엇이 성립되지 않았는지도 규정하기 때문이다. 논리공간 안에 있는 사실이 곧 세계이다. 세계는 사실로 분해된다. 그 가운데 어떤 것은 성립되거나 성립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리고 나머지 모든 것은 그래도 있을 수 있다.(33)”라는 구절이 저자가 논리철학논고에서 입증하려는 바였나 봅니다.


책읽기를 시작하자 이내 곤혹스러운 상태에 빠진 이유는 명제에 대한 철학적 설명이 전개되다가 기호와 함수를 들어 설명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우리가 학교에서 배워 알고 있는 함수가 아닌 정의가 분명치 않은 것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논리명제를 증명하기 위한 계산이라고 설명합니다. “어떤 명제가 논리학에 속하는지 아닌지는 그 상징의 논리학적 특성을 계산함으로써 알 수 있다.(103)”면서 말입니다. 다만 기억에 남는 부분은 논리철학논고을 마무리하면서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114)”라는 대목이었습니다.


저자는 글을 간략하면서도 함축적으로 다듬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읽어가다 보면 전후 맥락의 연결이 모호한 부분도 없지 않아 보입니다. 아마도 철학이나 논리학에 대한 저의 앎이 태부족이라서 그런 느낌이 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철학탐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철학탐구에서는 제가 오래전에 수필에서 적었던 견월망지에 관하여 생각할 때 참고할만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35항의 물론 모양을 가리키기 위한 특정적인 체험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존재한다.”(145)로 시작하는 부분입니다. 누리방에서 찾은 능엄경과 능가경에 나오는 견월망지에 대한 자료를 비롯하여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끝을 보지 말고, 손가락 끝이 가리키는 달을 보아야 달을 볼 수 있다.”는 잠언도 기억할만합니다.


세 번째 반철학적 단장(反哲學的 斷章)은 비트겐슈타인이 남긴 유고 가운데 철학적 문장을 골라 엮은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저도 책을 쓰고 있기 때문인지 이런 대목이 눈에 띄었습니다. “어떤 식으로 책을 쓰기 시작해야 좋은가를 잘 모르는 것은 아직 명석함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로서는 철학 관계의 문장에서, 쓰고 말한 문장에서, 이른바 갖가지 서책을 가지고 시작했으면 하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되면 여기에 만물유전(萬物流轉)이라는 어려움을 만난다. 그리되면 이러한 어려움에서 비로서 시작해야 할는지 모른다.(466)”


앞서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만, 이 책의 말미에 붙인 비트겐슈타인의 생애와 사상은 누구의 글인지 밝히지 않아서 쫌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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