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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ㅣ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31
올더스 헉슬리 지음, 이성규.허정애 옮김 / 범우사 / 1998년 4월
평점 :
품절
<멋진 신세계>는 20세기 초를 살던 영국 지성인이 꿈꾸었던 이상향이었을까 궁금했습니다. <멋진 신세계>의 작가 올더시 헉슬리는 ‘다윈의 불독’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영국의 생물학자 토머스 헨리 헉슬리의 손자입니다. 올더스 헉슬리가 <멋진 신세계>를 발표한 것은 1932년입니다. 그리고 이 책에 합본되어 있는 <다시 찾아본 멋진 신세계>는 1958년에 발표되었습니다.
헉슬리는 <다시 찾아본 멋진 신세계>를 쓰는 시점에서 보면 <멋진 신세계>를 쓰던 시점과 비교해보면 덜 낙관적이라고 하였습니다. 즉 <멋진 신세계>에서 예언했던 것들이 생각보다 빠르게 실현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자신이 상상했던 미래의 독재정권은 오지 오웰이 <1984년>에서 그렸던 독재정권보다 훨씬 덜 지독하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 독재자들도 죽고 상황은 바뀌었다고 합니다.
<멋진 신세계>은 그 무렵 주목받던 우생학을 기반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정자와 난자를 등급에 따라 인공적으로 수정하고 체외에서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다양한 화학처리를 하여 역시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 등 5등급으로 분류된 인간이 태어나도록 조절합니다. 수정란 하나에서 최다 96개의 개체를 만들어내는 기술도 적용합니다. 정자와 난자를 어떻게 얻는지에 대하여는 별도 설명이 없습니다. 헉슬리가 현대에 살았더라면 아마도 체세포 복제기술을 적용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인공수정 후에 병에 담겨 성장한 태아는 병으로부터 나오는 출생과정 이후에도 각자 맡아야할 업무에 관한 학습을 받으며 성장하게 됩니다.
문명세계에 사는 인간들은 모두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서 태어나게 됩니다. 이들은 헨리 포드가 일관작업으로 T형 자동차를 대량생산하는데 성공한 1908년을 포드기원 1년으로 합니다. 이들의 문명세계를 조정하는 사람들은 10명의 세계감독관들입니다. 이들은 사회구성원의 행복이 목표이며 ‘공동사회, 동일성, 안정’을 추구합니다. 인간의 출생이 기계적으로 조절되는 것처럼 삶의 모든 것들이 통제되는 사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는 이들 이외에도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종족을 유지하는 야만족이 살고 있습니다.
초반 멋진 신세계의 구성원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설명된 다음에는 버나드와 레니나가 뉴멕시코의 야만인 보존지역을 여행하는 장명으로 옮겨갑니다. 마치 동물원처럼 역사적 유물로 보존되는 지역입니다. 6만의 주민이 문명화되지 않은(?) 옛날 방식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두 사람이 이곳에서 베타급의 문명인 여인 린다와 그녀의 아들 존을 만난데서 파문이 시작됩니다.
버나드와 레니나가 모자를 문명사회로 이주시키면서 사태가 심각해집니다. 야만의 세계에서 성장한 존의 눈에는 문명사회에는 무언가 부족한 것을 느낀 것입니다. 과학의 힘으로 이상향을 만들어냈지만 문명인 사이에는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정이 느껴지지 않은 것입니다. 존은 문명세계를 통제하는 세계감독관 가운데 한 사람을 만나 문명세계의 본질을 알게 됩니다. 문명세계의 일원으로 살기를 거부하고 교외로 탈출한 존에게 문명세계 사람들은 크게 관심을 보이지만 존의 행동은 그저 찻잔의 태풍에 그치고 마는 것 같습니다.
<멋진 신세계>의 기본 틀을 딴 다양한 작품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2005년작 영화 <아일랜드>의 경우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자가복제를 통하여 만들어진 인간이 체세포를 제공한 사람에게 장기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던 것입니다. 그들은 언젠가는 이상향으로 생각하는 아일랜드로 갈 수 있다고 믿지만, 사실은 장기를 제공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이들이 살고 있는 공간 자체가 아일랜드였는지도 모릅니다.
헉슬리가 <다시 가본 멋진 신세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멋진 신세계>에서 예언한 것들이 현실이 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심각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