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유품정리인은 보았다! - 생의 흔적을 정리하는 이들이 말하는 죽음 그 이후, 개정증보판
요시다 타이치.김석중 지음 / 황금부엉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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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벌었던 뇌은행 사업을 직장관계로 접은 지도 벌써 10여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수차례 이사를 하면서도 버리지 못하고 은퇴하면 다시 시작할 요량으로 관련 자료를 보관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정리를 해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에서 뇌은행사업을 시작했다는 소문을 듣고는 관련자료 일체를 기증하기로 하였습니다.

 

나이가 들면 일을 저지르기는커녕 하던 일도 정리를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는 책을 읽었습니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유품정리사업을 시작했다는 요시다 타이치씨가 쓴 <유품정리인은 보았다>입니다. 유품을 정리해주는 사업이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일을 하시는 김완씨가 쓴 <죽은 자의 집 청소; https://blog.naver.com/neuro412/222154821058>를 읽어서 알고 있었습니다.

 

글에도 글쓴이의 성품을 반영되는 법입니다. 유품정리라는 같은 일을 하는데도 요시다 타이치씨와 김완씨의 글은 느낌이 달랐습니다. 물론 일본과 한국이라는 문화적 차이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보다도 김완씨가 시를 전공한 전업작가였다는 점이 더 중요할 수도 있겠습니다. <죽은 자의 집 청소>에는 고인의 존재와 삶에 상당한 비중을 두었다고 한다면 <유품정리인은 보았다>은 제목 그대로 죽은 사람이 남긴 공간을 정리하는 ‘일’에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유품정리인은 고인이 남긴 흔적을, 냄새까지도 완전하게 제거하여 원상태로 회복시키는 일을 합니다. 고인이 쓰던 공간을 누군가 산 사람이 다시 쓸 수 있도록 재생시키는 작업인 셈입니다. 또한 고인이 생전에 아껴 쓰던 물건 등 고인의 추억과 관련된 유품을 정리하여 유족들에게 전하거나 누군가 다시 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어느 어린이가 이야기한 것처럼 “유품을 정리하는 일은 저 세상으로 간 사람들을 위하여 ‘천국으로의 이사를 돕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합니다.

 

대체로 변사체가 발견되면 일단 경찰에서 현장을 수습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단은 죽음의 원인을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자의 경우는 집주인이나 유족의 연락을 받고 현장에 도착하여 주검을 발견하게 된다고 적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대체로 유품정리인이 현장에 도착해서 주검을 발견하는 일은 별로 없다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유품정리사업을 시작하고 1,000건 이상의 고독사 현장을 정리했다고 합니다. 고독사의 현장은 대체로 사후 오랜 시간이 경과된 다음에서야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마련입니다. 특히 주변 사람들과 왕래가 없는 경우가 더 그렇습니다. 사체가 부패하여 냄새가 심해지거나 사체에서 나온 구더기가 집밖으로 기어 다니는 상황이 되어서야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마련입니다.

 

고독사의 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이가 들어가면 신변정리를 잘 해두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표지에 적혀있는 “내일, 당신의 물건들이 유품이 될지도 모른다!”라는 구절이 마음에 콕 박혔습니다. 죽음이라는 것이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일이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외출할 때는 속옷까지도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그동안 끌어안고 있던 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한 것도 이제는 그럴 때가 되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저자는 10년 정도의 이삿짐 사업을 정리하고 유품정리사업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 책을 쓴 것은 사업을 시작하고 4년 정도 지난 시점이었다고 합니다. 역시 누리사랑방에 유품정리사업을 하면서 만났던 사연들을 올려두었던 것을 후소샤(伕桑社) 출판사의 눈에 띄어 책으로 내기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역시 누리사랑방에 좋은 글을 쓰면 책을 낼 기회가 생기는 것은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인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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