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바라봅니다
김영희 지음 / 아름다운비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백신이 개발완료되면서 수습이 낙관되던 우한폐렴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앞날을 예측하는 일은 커녕 눈앞의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미리 백신을 확보하지 못한 우리나라야 어쩔 수 없는 상황입니다. 벌써 2년 가까이 이어진 희망고문에 지쳐가는 백성들이 불쌍할 따름입니다. 그런데 집단면역을 이룰 만큼 예방접종을 달성한 나라에서도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속수무책 당하고 있는 것을 보면 백신을 개발한 제약사만 엉뚱하게 배를 불리고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우한폐렴에 걸려 죽고, 우한폐렴에 걸리지 않겠다고 예방접종을 받았는데 부작용으로 죽고, 지난 가을에는 생뚱맞게 독감백신 맞고 죽은 사람도 적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죽음을 맞는 이유도 가지가지입니다만, 지금처럼 허망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죽음은 저의 오랜 화두입니다. 그래서 <죽음을 바라봅니다>라는 제목이 눈에 끌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죽음에 관한 다양한 생각들을 많이 읽어왔습니다만, 이 책은 색다른 점이 있습니다. 저자를 소개한 글에서는 삶을 신이 주신 선물로 여기면서, 신과 이웃을 사랑하고, 그 사랑을 실천하고자 노력하며, 인생,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인문학적 성찰과 접근을 통해,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할지에 대해 계속 고민하며 살고 있는, 평범한 철학자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대체로 죽음에 대하여 생각하기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죽음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죽음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저자는 죽음이 뭘까?’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합니다. 일과를 마친 늦은 밤에 잠자리에 들면, “죽게 되면 어떻게 될지, 영원히 사라진다는 게 뭔지, 소멸이라는 것이 뭔지고민해보라고 합니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깨달음이 온다는 것입니다. 그 깨달음이 무엇인지는 분명치 않으나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게 된다는 것 같습니다. ‘온몸이 얼어버릴 듯한,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두려움이 온몸을 감까는 느낌은 너무 생소하고 무섭게 느껴집니다. 죽음의 공포, 영원한 소멸. 이걸 처음 느꼈을 때 느끼는 감정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느꼈던 어느 감정보다 적나라하게 당신을 지배할 겁니다. 두려움으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온 몸이 떨리게 될 겁니다.’ 제가 아직 깨달음을 얻지 못해서인지 꼭 이럴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경지를 겪어보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자는 <죽음을 바라봅니다>에서 죽음을 바라보는 생각과 죽음을 준비하기 위한 삶에 대하여 말합니다.‘죽음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에서는 모두 13꼭지의 주제에 대한 생각들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죽음을 준비하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에서는 모두 18꼭지의 주제에 대한 생각들을 이야기합니다. 좋은 접근방법인 듯합니다. 책을 모두 읽고서 든 생각으로는 한 사람이 죽은 다음에는 소멸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남아있는 사람에게 혹은 후손들에게 기억으로 남는다는 주제를 더했더라면 좋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자는 종교와 철학의 논리로 죽음을 바라봅니다. 기독교, 불교, 도교, 유교 등 다양한 종교와 철학에서 죽음을 바라봅니다. 그런데 생각이 일통하지 않은 듯합니다. 첫 번째 주제인 죽음은 영원한 소멸이다에서는 죽음으로 신체와 영혼까지 소멸한다고 말합니다. 영혼이 있는지는 아직도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 아니라서 저자의 이러한 주장은 지극히 온당합니다. 그렇다면 영혼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내세와 윤회를 교리로 삼는 종교의 존재까지도 부정함이 옳을 듯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죽음을 인식하는 것은 인간만이 갖는 특권입니다.’라는 주제도 근거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코끼리가 죽을 때가 되면 그들만이 아는 죽음의 장소로 이동한다거나,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가 슬픈 눈으로 운다는 것, 혹은 끌려가지 않으려 발버둥을 친다는 등의 모습을 보면 동물도 죽음을 인식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일부의 설명이 전체의 흐름에 부합하지 않으며, 종교를 부인하면서도 신의 존재를 언급하는 것도 맥락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담담하게 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것은 좋았다는 생각입니다. 저도 죽음을 이렇게 바라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