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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 - 무엇이 우리의 노년을 결정하는가
마르타 자라스카 지음, 김영선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12월
평점 :
중국 사람들은 ‘수와마분 차생가원(雖臥馬糞 此生可願)’이라는 속담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그대로 해석하면 ‘말똥 속에 눕더라도 이곳에 살기를 원한다’라는 뜻이지만, 우리말로는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라고 풀이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1년 7월 2일에 발표한 ‘OECD 보건통계(Health Statistics) 2021’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83.3년이라고 합니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건강하게 지내다 죽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하는 풍조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나이 들어 병으로 골골하면서 보내는 시간은 본인도 가족도 원치 않는다는 것입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은 것은 아니라는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시대적 소망을 담은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을 읽었습니다. 책을 쓴 마라트 자라스카는 건강, 심리,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과학적 해답을 탐사하는 기자로 워싱턴 포스트 등 유수한 신문에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에 부응한 기사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지만, 정작 큰 그림은 놓치고, 그저 먹는 것이나 운동과 같은 단편적인 내용에 머물고 있다고 저자는 보았습니다. 관계, 감정, 마음같이 수명 연장에 가장 중요한 요소들은 무시당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분자생물학, 전염병학, 신경과학, 동물학, 인류학, 심리학, 사이버 심리학부터 아시아 연구, 마케팅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구 영역을 꼼꼼히 살펴, 학계에서 검증한 학술 논문을 600편 이상 읽었고, 마음과 건강의 상관성을 연구하는 50명 이상의 과학자들의 의견을 들어 책을 썼다고 합니다. 기획도 대단하지만 꼼꼼하게 실행에 옮긴 것 같습니다.
이 책은 2부로 구성되어있습니다. 1부에서는 우리가 어떻게 늙어가고 마음과 몸이 어떻게 연결되어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가 설명합니다. 2부에서는 결혼과 우정, 자원봉사와 성격변화에 이르기까지 수명 연장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심리적, 사회적 요소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생각하는 방식을 바꿈으로써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주장은 아닙니다. 다만 영양제, 건강측정기 등 별로 효과도 없는 방법에 몰입하면서 애정생활, 우정, 인생의 의미와 같이 진정으로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건강에 대한 접근 방식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보라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몸에 좋은 것들의 배신’에서는 몸에 좋다는 영양제나 슈퍼푸드, 유기농 식품이 과연 몸에 얼마나 좋은지 따져 물었습니다. 또한 성격에 따라서는 수명을 갉아먹을 수도 있으며, 감정이 뇌를 바꿀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고독한 사람들은 자주 아플 수 있다고 하는데, 몸이 마음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짚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와의 원만한 관계는 수명연장에 기여하며, 공감과 이타적 행동 역시 수명연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결혼을 기피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2015년에 핀란드에서 발표된 연구결과를 보면 결혼반지를 까지 않고 동거하는 사람들은 결혼한 사람들보다 심장마비의 위험도가 69% 높았다고 합니다. 혼자 사는 경우도 8% 높았다고 하는데, 혼자 사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외롭다는 생각에 빠질 때가 있을테니 역시 건강에 문제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결혼이 건강과 수명에 도움이 되는 기전은 ‘믿음과 헌신하는 마음’이라고 합니다. 결혼을 기피하는 사람들은 ‘헌신을 왜 해’라는 생각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완벽하지 않은 결혼생활을 하는 부부 역시 건강을 유지하는데 이점이 있다고 주장하는 연구자도 있다고 합니다. 장수하려면 헌신적인 반려자, 몇 명의 절친한 친구, 돌봐주는 이웃 등, 든든한 사회적 관계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책 쓰는 일은 때로 건강에 상당히 해로울 수도 있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이 책의 기획방향에 맞추어 힘을 쏟은 것이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수명연장에 기여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