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 스가 아쓰코 에세이
스가 아쓰코 지음, 송태욱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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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에는 서점에 관한 책들이 유난히 눈에 많이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일본의 수필작가 스가 아쓰코의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을 읽은 것도 그런 까닭이었을 것입니다. 작가는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났다가 밀라노에 있는 코르시아 서점에서 일하게 되었고, 서점의 운영 주체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주세페 리카와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서점의 본래 이름은 코르시아 데이 세르비 서점입니다. 서점이 있는 세르비 수도원 앞의 대로라는 옛 거리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19세기 문호 알레산르로 만초니의 역사소설 <약혼자들>에 등장한다고 합니다. 이 거리는 저도 두 번이나 가본 적이 있는 밀라노 대성당 뒤쪽에서 약간 꺾여 동북쪽으로 뻗어나가는 길인데, 지금은 비토리오 이마누엘레 2세 거리(Corso Vittorio Emanuele II)로 바뀌었습니다. 세르비 수도원 역시 지금은 산 카를로 알 코르소 성당으로 바뀌었습니다. 서점은 산 카를로 성당의 귀퉁이를 빌어 시작했다고 합니다.


서점을 시작한 사람들을 세상 사람들은 가톨릭 좌파라고 했습니다. 유럽사회에서 가톨릭 좌파의 뿌리는 13세기, 계급적인 중세 교회제도를 쇄신하려 한 아시시의 프란체스코 성인에 닿는다고 합니다. 가톨릭 좌파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프랑스에서 최전성기를 맞았다고 합니다. 프랑스혁명 이후 등장한 모든 사회제도에 등을 돌리고 완고한 정신주의에 머물려고 한 가톨릭 교회를 현대사회에 편입시키려는 운동이 확산된 것이라고 합니다. 이탈리아에서는 1950년대 중반, 공업이 특히 발달한 이탈리아 북부의 몇몇 도시와 로마/바티칸에 대항의식이 강한 피렌체 등에서 소규모 출판물과 강연회를 중심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서점이 출범하는데 중심역할을 한 사람은 이탈리아에서는 시인으로도 이름이 꽤 알려진 다비드 마리아 투롤도 신부였습니다. 2차대전 말기 독일군에 점령된 밀라노에서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지하조직 운동을 펼쳤고, 종전 후에는 친구 카밀로 데 피아츠 등 동료와 함께 서점을 열었습니다. 서점은 새로운 신학을 이끄는 지도자들의 책들로 채워졌습니다. ‘오후 여섯시가 지나면 하루 일과를 마친 사람들이 차례차례 서점을 찾아왔다. 작가, 시인, 신문기자, 변호사, 대학교수, 고등학교 선생, 성직자 등. 그중에는 가톨릭 세제도, 왈도파 프로테스탄트 목사도, 유대교 랍비도 있었다. 그리고 한 무리의 젊은이가 있었다.(41)’


서점에 모여든 이들은 끼리끼리 모여 정치논쟁으로 이야기꽃을 피우는 나날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교회 당국의 시각에서는 거슬리는 존재가 되었고, 다비드가 밀라노를 떠나도록 하는 조치가 내려졌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결국은 서점을 옮겨야 했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탈리아 유학을 준비하면서 이들과의 만남을 하나의 목표로 삼았다고 하는 것을 보면 진보적인 성향을 가졌다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에서는 작가의 진보적인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기보다는 서점을 중심으로 하여 작가와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 있었던 이야기를 적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사람들 뿐 아니라 동유럽, 아프리카 등 다양한 지역에서 밀라노에 와서 사는 사람들의 진솔한 면모를 엿볼 수 있습니다.


덤으로 얻은 지식으로는 두루 살펴보지 못해 느끼는 못했던 밀라노 대성당을 중심으로 한 거리 풍경입니다. 대성당을 등지고 왼쪽 거리는 일상적이고 시민적이라면 오른쪽 거리는 귀족적이라고 합니다. 생각해보니 저는 갈라테아와 스카라 극장 등 오른쪽 거리만 구경했던 것 같습니다. 왼쪽 거리에는 일상용품을 만들어 파는 가게를 비롯하여 생선가게, 채소가게 등이 있다고 합니다. 다음에 갈 기회가 있으면 찬찬히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정작 작가의 남편에 관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그리고 많은 세월이 흐른 뒤라서인지 남편을 비롯하여 다비드 신부 등 세상을 떠난 사람도 적지 않은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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