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게 뭐라고 - 시크한 독거 작가의 죽음 철학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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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내려오는 3대 거짓말이 있습니다. 1. 노인이 죽어야지!’하는 말, 2. 처녀가 시집 안간다!’라고 하는 말, 3. 장사꾼이 밑지고 판다!’라는 말이라고 합니다. 사실 초연하게 죽음을 맞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죽을 때가 가까워지면 조금이라도 생명을 연장하고 싶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아닙니다만, 잡아놓은 죽을 날을 초연하게 기다리는 사람의 생각을 읽었습니다. 일본 작가 사노 요코씨입니다. 무사시노 미술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독일로 유학하여 베를린 조형대학에서 석판화를 공부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을 그려 인기를 얻었다고 합니다.


유방암으로 수술을 받았는데, 70살이 되던 해에 두개골로 전이된 상태로 재발을 했습니다. 주치의는 여명이 2년 정도 될 것이라고 했답니다. 그리하여 사노씨는 남아있는 2년의 기간에 맞추어 삶을 정리하기로 했답니다. 문제는 2년이 되어도 죽음이 찾아오지 않았던 것입니다. 당장 생활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죽는 게 뭐라고>는 유방암이 재발된 다음의 삶을 정리한 것입니다. 투병과정이라기보다는 죽음을 맞는 과정이었다고 하는 것이 옳겠습니다. <죽는 게 뭐라고>3부로 구성되었습니다. 먼저 죽음에 대한 요코씨의 생각을 담은 죽는 게 뭐라고입니다. 이어서 방사선종양학을 전공하는 히라이 다쓰오 박사와의 대담을 담은 내가 죽고 내 세계가 죽어도 소란을 피우지 말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요양병원에서의 생활을 담은 내가 몰랐던 것들입니다.


요코씨는 어렸을 적에 여동생과 오빠의 죽음을 지켜야 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의 죽음도. 일찍이 죽음을 마주한 까닭에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도 초연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문제는 유방암이 재발했을 때 여명이 2년 정도 될 것이라는 주치의의 말에 따라서 삶의 시계바늘을 2년으로 맞추로 살았던 것인데, 2년이 지나도록 죽음이 다가올 기척이 보이지 않아 당혹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여유자금이 바닥나가고 있었던 것도 어려움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에게 여명을 알려주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코씨는 주치의를 비롯한 의사들을 신뢰하고 있습니다.


죽음에 관한 감상에도 1인칭, 2인칭, 3인칭이 있다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느낌이 있었습니다. ‘, 그녀(3인칭)의 죽음은 아, 죽었구나 정도로 별로 슬퍼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반면 2인칭인 당신의 죽음(부모, 자식, 형제 등)’은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된답니다. 그래도 그건 자신의 죽음은 아니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1인칭의 죽음, 나의 죽음은 아무로 경험해보지 못했던 일인 데다 남들한테 물을 수도 없으니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결국 나의 죽음은 혼자서 결정하고 겪어야 할 일인 셈입니다.


그런데 의사에게 환자의 죽음을 어떨까요? 3인칭으로 볼 수도 없고, 2인칭으로 볼 수도 없으니, 2.5인칭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하였습니다자신을 치료하는 주치의가 정말 열과 성을 다해 병을 치료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의사의 웃는 얼굴을 위해서 건강해지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는 요코씨는 의사는 성직자다라고 믿는 분입니다. 한편으로는 교사도 성직자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지만, 스스로를 노동자라고 생각하는 일교조가 등장하면서 이본의 교육이 이상해졌다고 생각한다고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참교육을 내세웠던 것으로 알고 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그들이 바꾸고자 했던 선배들의 행태를 넘어서는 상황이 벌어진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생각해보니 우리나라의 교육도 전교조가 등장하면서 점점 이상해지고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죽음을 초연하게 맞을 수 있다는 요코씨의 생각에 동의하면서도 세부사항에서는 다소 생각이 다른 점도 없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결국 죽음은 1인칭의 사안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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