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학과 예술
메를로 퐁티 지음 / 서광사 / 198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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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학과 예술>은 저자가 프랑스 철학자 메를로 퐁티라는 점과 현상학과 예술과의 관계를 다루었다고 해서 읽게 된 책입니다. 모리스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는 장 폴 사르트르와 함께 프랑스 현대철학의 양대 산맥으로 자리매김되었고, 현상학과 실존주에 천착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현상학을 공부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였습니다.


현상학은 에드문트 후설이 시작한 현대철학의 사조입니다. 우리의 의식에서 일어나는 현상 자체를 기술하고 분석하는 철학을 말합니다. 의식의 현상을 분석한다고 설명하지만 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식 자체의 생물학적 특성이나 인과법칙 등은 논의대상이 아니고 의식자체만을 순수하게 기술하고 그 구조를 분석한다는 의미입니다.


후설이 현상학을 제안한 배경에는 20세기 초반 들어 부각된 철학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 급속한 과학의 발전으로 사람들은 세상의 모든 현상을 과학적 방법으로 증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입니다. 심지어는 심리학에서도 과학적 방식으로 대상을 계량하려는 실증주의가 대두되면서 의미의 근원이라 할 의식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후설은 실증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인간의 삶의 근본이 되는 의식을 철학적 사유의 대상으로 환원시키겠다는 의도로 고안한 철학의 한 형태가 현상학이었습니다. 20세기 유럽 철학의 현상학 시대의 문을 열었던 것입니다.


현상학을 이해하려면 몇 가지 현상학적 개념을 이해해야 하겠습니다. 먼저 의식의 지향성(intentionality)은 의식이 무언가를 표상한다는 것, 무엇에 관한의식을 말합니다. 고대 그리스 회의론자들이 주로 사용하던 판단 중지라는 의미를 담은 '에포케(epoché)'가 있습니다. 이는 어떤 것에 대한 판단이 과도하게 치우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즉 편견에 사로잡히지 말 것을 전제조건으로 세워야 한다는 의미 같습니다. 노에시스와 노에마가 있습니다. 노에시스(νόησς, nóēsis)고대 그리스어로 지식 혹은 지성을 의미하는 누스(νους, nous)와 지각의 의미하는 노에인(νοεν, noeín)을 결합하여 만든 용어로, 의식이나 사고 자체, 좁게는 특정 대상을 지향하는 의식을 말합니다. 한편 노에마(νόημα, noema)는 생각된 것을 의미하는 그리스어를 차용한 것으로, 대상을 의식하고 생각한 결과물, 즉 내용으로서의 의미를 말합니다.


현상학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을 찾아 이해하였지만, 메를로-퐁티의 <현상학과 예술>로 돌아와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 점이 많았습니다.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 오병남 교수님은 서문에서 현대미학에 관한 강좌의 일환으로 기획된 것이라고 합니다. 이 책은 메를로-퐁티가 쓴 아홉 편의 논문과 드 뷀렌의 논문 한 편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예술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조명을 이해시키기 위함이라고 했습니다.


첫 번째 글, 드 뷀렌의 머리말은 1949년에 나온 메를로-퐁티의 <행동의 구조> 2판에 더해진 것입니다. ‘애매성의 철학이라는 제목은 <행동의 구조>가 당대 철학계의 고민을 대변한 것일 수도, 그 고민을 해결해냈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어지는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이란 무엇인가?’지각의 기본성과 그 철학적 제 귀결에서는 현상학의 본질에 대한 메를로-퐁티의 설명이 담겼습니다. ‘현상학은 기술하는 일이지 설명을 하거나 분석을 하는 일이 아니다(31)’라는 설명이 현상학의 본질을 대변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시몬느 드 보봐르의 <초대받은 여인>을 인용한 문학작품, 세잔느를 인용한 회화에 대한 현상학적 이해에 대한 논설이 이어집니다. 하지만 기술한다는 것은 기술하는 사람의 주관이 작용하는 것이라는 생각이기 때문에 과학적 사고에 익숙한 저로서는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초대받은 여인>을 읽어보고 메를로-퐁티의 설명을 확인해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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